현대자동차 노조가 변화하지 않으면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피력했다. 독일과 체코·중국 등 해외 자동차산업과 현지 현대차 공장을 둘러보고 나서다.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분류돼온 현대차 노조가 스스로 변화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이례적이다. 특히 노조 내부의 노선투쟁으로 집행패권에만 사로잡히면 미래가 없다는 지적도 했다.
27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경훈(사진) 지부장은 전직 노조 지부장과 지난 4~14일 9박11일간 독일과 러시아·체코·중국 등의 자동차산업과 현대차 현지공장을 둘러본 후 "현대차 노사가 선진 자동차업체에 비해 많은 것이 부족하고 폭스바겐이 왜 세계 최고의 자동차업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느꼈다"며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변화 발전하는 것이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을 우리의 생존전략"이라고 노조신문을 통해 밝혔다.
이 지부장은 또 1993년 아우디가 판매 저조로 위기를 맞았을 때 노사협의에서 해고를 자제하고 노동시간과 임금을 각각 10% 정도 줄이기로 합의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유럽의 임금체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유럽의 임금체계는 톱니바퀴가 맞아 돌아가는 기계처럼 노사가 서로 인정하는 합리성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지부장은 산별노조와 기업별노조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독일 사례를 들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각 기업의 현실이 다른 경우 독자노선을 걷기도 할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에서는 독일 산별노조(IG Metal)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말한 뒤 "이런 과정을 거쳐 2007년 이후 독일 자동차산업은 한 차례의 파업도 없었다"며 비록 국내 자동차산업이 산별노조를 채택하고 있지만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변화를 위한 노조의 노력도 언급했다. 그는 "노조가 집행 패권에만 사로잡혀서는 전망이 없다"며 "노조 내부적으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내부에서 노선투쟁과 매년 집행부를 차지하기 위해 갈등을 보이는 것은 회사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직 위원장 등과 함께한 이번 해외 방문에 대해 "노조 28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내부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과 조언 등 변화하고 있는 지점의 출발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에 어려움이 발생할 때 선진 자동차업체는 과감하게 공장 폐쇄를 감수하지만 현대차는 공장을 폐쇄할 경우 경영악화 도미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노사가 말로만 상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가슴을 열고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 모두 안주해서는 안 되고 국내 공장 투자를 통해 고용안정과 임금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내 공장에는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한 고부가 가치의 차종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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