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 대상 주택 수는 조사하지 못했습니다."(국토해양부 관계자)
정부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아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임대사업용 중대형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면제기준을 완화하면서 제대로 된 수요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국토해양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 면제 대상 매입 임대주택의 면적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주택을 구입해 임대사업을 할 경우 면적(149㎡ 이하)과 가격(수도권 6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을 모두 충족해야 종부세를 면제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면적기준이 없어진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면적제한 폐지로 서울시내에서 종부세 면제 혜택을 받는 주택은 단 571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도 수도권의 경우 2만8,794가구, 지방은 1만657가구에 그쳤다. 중대형 매입 임대사업에 대한 혜택을 늘려 침체된 중대형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실제 대상 주택은 4만가구가 채 안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번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나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 어느 곳에서도 단순한 수요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으로 수혜를 입게 될 대상 주택 수에 대한 수요조사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 역시 "지난해 진행된 경제활력대책회의 때 법인세와 소득세ㆍ종부세 등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의견이 제시돼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역시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구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당초 정부에 평수 규제도 풀어야 되고 수도권만이라도 면제주택 가격 상한선을 9억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이번 정책으로 중대형 아파트 거래나 미분양 해소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구색 맞추기용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지난 5일부터 민영주택 청약가점제 무주택자 인정기준을 공시가격 5,000만원 이하에서 7,0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지만 당초 취지인 청약 활성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내 외곽지역의 방 한칸짜리 다세대주택조차 1억원이 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새로 무주택자 자격을 얻는 가구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순위 내 마감되는 단지는 거의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사실상 의미가 없는 정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따져보지도 않고 단순히 실적 쌓기를 위해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웬만한 정책이 나오더라도 시장이 움직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은 오히려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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