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역대 대통령, 거물급 정치인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예외 없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정치적 수사와 자화자찬·공치사를 감수하고서라도 권력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는 기대다. 하물며 세계 최강인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 8년을 보냈고, 현 오바마 대통령의 경선 라이벌이자 4년간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라면 당연한 관심이다. 지난해까지 13년 연속으로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 1위에 선정된 그다.
'힘든 선택들'은 2008년 힐러리가 대통령 후보 경선에 패한 직후이자, 당선자 오바마의 국무장관 제의를 받아들이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내각에선 가장 높고, 대통령 유고 시 승계서열 4위 요직인 국무장관.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에서나 일어났던 장면이 현실화된 그 순간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국무장관으로서 내린 선택과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내린 선택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4년간의 재임 기간에 112개국 160만㎞를 여행한 기록이다.
"나는 국무장관이 세 직업을 하나로 통합해놓은 것임을 이내 깨달았다. 국가의 최고위 외교관, 대통령의 대외정책 핵심고문, 사방으로 뻗은 부서들을 관할하는 CEO의 일을 모두 해내야 했다."(p48)
그에게는 급부상하는 중국과 이란·북한의 여전한 위협, 대격변을 겪고 있는 중동의 여러 나라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 많았다. 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 세계 금융위기의 해법 역시 문제였다. 또 유럽과 러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를 크게 묶어 설명하고, 기후변화와 일자리·에너지·인권 문제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한다.
책에는 물론 한국 관련한 내용이 있지만, 말 그대로 스쳐 가는 수준. 일본과 함께 '핵심 동맹국'이라고 했지만, 취임 후 첫 순방지역인 아시아에서의 중요도는 별 언급이 없다.
북한을 언급하기 위해 살짝 드러나는 정도. 다만 이화여대 간담회에서 자신에게 '친구이나 멘토인 양 편안하고 자신있게 말'한 여대생들에 대해 고마워했을 뿐이다.
오히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에는 빈정거림이 묻어있고, 한국의 발전에 대해서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남긴 유산을 상기시켰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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