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대륙을 강타한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곡물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년 전 시행된 러시아의 곡물수출 제한규제가 다시 현실화 된다면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값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이 재현될 수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곡물 거래 업체인 인터내셔널그레인은 “가뭄에 따른 흉작으로 기존 계약 물량을 맞출 수 없을 것 같다”며 러시아 정부에 곡물 수출 제한을 요청했다.
러시아가 지난 2007~2008년에 이어 다시 곡물수출을 금지한다면 주요 곡물거래 기업들은 ‘불가항력’을 이유로 수입국가들과 체결한 기존 계약을 백지화하고 가격 협상에 다시 임할 수 있다.
인터내셔널그레인은 러시아의 알루미늄 부문 대기업 루살이 보유한 주요 곡물 거래업체 글렌코어의 자회사다.
이와 관련, 유리 오그네프 글렌코어의 러시아 대표는 “정부가 9월부터 곡물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렌코어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내 곡물수확량은 당초 전망보다 1,000만톤 이상 적은 6,500만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농업부도 최근 폭염 등으로 인해 러시아의 올해 곡물 수확량은 당초 예상치인 8,500만톤 보다 1,000만톤 가량 감소한 7,000만~7,500만톤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밀 생산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130년만의 최악인 가뭄사태가 발발하면서 유럽의 밀 가격은 지난 6월말 이후 50%이상 급등했다. 유럽 식품업계는 ‘50년만의 최대 원재료가 상승’을 이유로 밀가루를 원료로 쓰는 제품의 가격인상을 경고한 상태다.
한편 FT는 “밀 가격 대란은 러시아 5위 곡창지대인 시베리아에서 밀 수확이 가능해지는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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