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이 중국ㆍ인도 등 이머징 마켓의 수요 급증과 달러화 약세로 인한 투기자금의 사재기로 ‘강한 상승세(슈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원유와 금ㆍ은 등 귀금속뿐만 아니라 구리ㆍ납ㆍ주석 등 비철금속, 그리고 옥수수ㆍ밀 등 주요 농산물 가격까지 연일 급등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 선물 가격은 지난주 말보다 8.40달러(1.1%) 오른 온스당 762.2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80년 1월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다. 피터 마론 야마나골드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금은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국제 유가 상승, 달러 약세, 수요 급증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충분하다”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배럴당 86달러 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날 미 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 선물 가격은 공급 부족 우려 속에 85달러 선을 가볍게 넘어 86.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원유 재고가 부족한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당분간 유가를 상승세로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필 플린 알라론트레이딩 애널리스트는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추운 겨울이 유가를 9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로화 대비 1.4달러대까지 추락한 달러화 가치는 원유 등 상품에 대한 투기성 자금의 사재기를 불러와 유가 강세를 지속하게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유 등 원자재 상품의 가격은 달러화로 가치가 평가되고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대신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는 달러 약세가 그만큼 상품 가격이 싸지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유가의 강세와 미국 달러화의 약세기조가 심화하면서 금ㆍ은 선물가격은 물론 비철금속과 농산물 가격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납 가격은 톤당 3,815달러를 기록, 올해 들어서만 130.92% 폭등했다. 구리와 주석 가격도 급등해 올해 들어 각각 33.38%, 44.75%가 올랐다. 옥수수ㆍ밀ㆍ콩 등 주요 농산물 가격도 이상기온으로 인한 작황부진, 재고 부족 등으로 인한 수급 불안으로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원자재 랠리의 주요인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 마켓의 수요 팽창과 달러화 약세 심화로 인한 투기 매수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올해도 두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이머징 마켓 국가들이 에너지와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공급이 빠듯한 가운데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경기 호황은 미국 등 선진국들의 수요 감소분을 상쇄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 및 원자재의 수요를 확대하며 수급 불안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중국ㆍ인도ㆍ파키스탄 등이 구리나 니켈 등 원자재의 주요 수요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달러화의 약세는 헤지펀드 등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원자재 시장에 몰려들어 이들 상품 가격을 상승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달러 약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분간 달러화의 약세 기조가 불가피해 보여 국제 원자재 가격을 상승세로 이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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