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국내에서 마지막 발걸음 역시 상처 입은 이들에게로 향한다. 교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과 만난 뒤 한국을 떠난다. 국내 종교 지도자들과 만남도 가진다.
18일 교황은 마지막 공식행사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오전9시45분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특히 이날은 그간 폭력에 멍들은 이들이 대거 초청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세 명을 비롯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자리는 성당 맨 앞에 배치됐다. 교황의 성당 안 입장시 접촉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위안부 피해자 세 분이 맨 앞자리에 앉을 것"이라며 "교황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말했다.
갈등의 최전선에 있었던 이들은 교황 방한 전부터 만남을 희망했다. 상처의 치유와 갈등의 해결을 고대하면서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측은 "세계적 종교지도자인 교황께서 밀양 주민들을 초청했다는 것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이 광화문 카퍼레이드 중 즉흥적으로 차를 세운 뒤 세월호 유족에게 다가가 두 손을 잡았던 것으로 비춰볼 때 명동성당에서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또한 주목된다.
이날 미사는 북한 평양·원산·함흥교구에 속한 사제와 수녀·신자 등 실향민과 새터민, 납북자 가족들 등도 함께한다.
한편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미사 전 국내 7개 종교 지도자들과도 만난다. 교황의 과거 발언 등을 비춰보면 타종교에 대한 이해와 소통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자신의 저서 '복음의 기쁨'에서 '인간의 완전한 발전과 공동선 추구'를 위해 타종교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교황은 유대교 율법학자인 아브라함 스코르카 교수와 가진 대담을 엮은 책 '천국과 지성'에서 종교 지도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바 있어 이날 어떤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질지도 주목된다. 대담에서 교황은 "독선에서 벗어나야 종교를 이용하는 잘못된 종교 지도자들을 식별할 수 있게 해준다"며 종교 지도자들에게 '겸손'을 당부했다. 국내 종교 지도자들에게 역시 상처받은 이들의 위무라는 종교의 본질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해달라는 요청을 건넬지 지켜볼 대목이다.
행사가 끝나면 교황은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마친 뒤 오후1시께 로마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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