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2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신탁계약이 체결된 아파트를 빌렸다가 보증금을 잃은 손모 씨가 중개업자 문모씨 외 1명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이 연대해 손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신탁계약이란 특정 재산권을 다른 이에게 넘겨 관리∙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중개업자 문씨 등은 손씨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며 신탁 사실과 이에 따른 법적인 효과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손씨가 보증금을 내기 전에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므로 두 중개업자와 협회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손씨는 신탁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묻고 신중하게 생각해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며 중개업자의 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손씨는 지난 2006년 문씨 등의 소개로 H사로부터 수원의 한 아파트를 빌리기로 약정하고 보증금 1억원을 H사에 냈다. 그러나 당시 H사는 이 아파트를 K신탁회사에 신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서 소유권을 이전해 준 상태였고, 제3자와 임대차 계약을 하면 보증금을 K신탁회사에 입금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돈을 유용했다. 이후 H사가 부도 처리되자 K신탁회사는 손씨의 임차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요구했고 손씨는 두 중개업자와 이들의 공제사업자인 협회를 상대로 1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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