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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젠 노사정이 대타협할 때다

獨 등 노동개혁 성공 비결은 '신뢰'

산업경쟁력 회복 없이 고용 불가능

함께 기득권 내려놓아야 위기극복




불안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본다.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서 절묘한 타협을 이뤄내고 그 위기에도 전역을 연기하는 젊은 장병들의 용기를 봤다. 그들에게서 찐한 감동을 느꼈다. 나약하게만 봤던 그들의 이런 행동에 "아들들아 고맙고 미안하다"라는 중장년층의 인터넷 댓글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노심초사했던 남북한 간의 전쟁 위기는 이렇게 극복됐다.

이제 넘어야 할 위기는 경제다. 안 그래도 취약한데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를 먹여 살리던 주력산업은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이를 대체할 산업은 보이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까지 터지면서 경제가 후진했다. 여기에 중국 태풍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경제 위축이 앞으로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종잡기 힘들다.

이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이제 보여줘야 할 용기는 노동개혁 합의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 완화 등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며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그냥 놓아둬도 고용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금융권과 대기업 253개사를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조사한 결과 5곳 중 1곳은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그 시기로 올해 하반기를 꼽은 기업이 전체의 72.5%에 달했다. 구조조정 방법도 권고사직과 정리해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결과대로라면 이미 구조조정의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지금의 고용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탓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산업경쟁력 회복밖에 없고 그 방법은 단지 두 가지뿐이다. 첫째는 반도체처럼 산업의 판을 이끄는 룰세터가 되거나 아니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자로 단기간에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면 후자라도 선택해야 한다. 지금 노동시장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노동개혁 방향은 무엇보다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이 위기를 넘어 고용도 확대할 수 있다. 청년 고용절벽도 중장년층의 고용불안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노동개혁에 성공한 독일과 네덜란드 현장취재를 통해 개혁을 주도한 인사들을 만나 성공 비결을 조사한 결과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 노사정 간에 서로 신뢰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위기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안을 찾아 합의했다.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도 깎았지만 경영계도 이에 걸맞은 노력을 병행했다. 어떻게든 고용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다. 정부는 근로 전선에서 이탈한 사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쉬운 해고를 막았다. "고통 분담이 공평하지 않다"는 반발이 작았던 것도 그래서다. 같은 일을 하면 근무연수나 정규직·비정규직에 관계없이 비슷한 임금을 받도록 하는 문화도 자연스레 정착됐다. 청년실업 문제는 이들 국가에서도 여전한 난제다.

우여곡절 끝에 노사정 대화가 재개됐다. 노동계의 주장처럼 세계 최장 근로시간에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돼도 정년을 다 채울 확률이 낮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지금의 근로 현실이다. 이에 반해 1인당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데도 임금 비용만 올라가고 있다는 주장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이대로라면 주력산업들이 줄줄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이 멈춰버리고 1~2년 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번만큼은 노사정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이용택 사회부장 (부국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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