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섬유제품 수출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미국ㆍ유럽연합(EU)의 고강도 압박에 맞서 오히려 섬유제품의 수출관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과 미국ㆍEU의 갈등이 첨예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앞으로 섬유제품 수출을 둘러싼 마찰이 무역ㆍ환율 등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재정부는 30일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 1월1일부터 수출관세를 부과한 148개 섬유ㆍ의류 품목 중 81개 제품에 대한 관세를 6월1일부터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EU가 중국에 공식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티셔츠와 아마단사 등 2개 제품과 남성 정장, 남녀 면바지, 남성 면 속옷 등이 포함돼 있다. 또 20일 EU와 미국 측의 반발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발적으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던 74개 품목 가운데 6개 품목을 제외한 68개 품목도 들어 있어 큰 파문이 예상된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과 EU의 통상압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위앤화 절상과 섬유 문제를 둘러싼 미국ㆍEU와의 마찰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화 주중 한국대사관 관세관은 “중국이 수출관세 인상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섬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려 했음에도 미국이 수입쿼터 부활을 논의하는 등 압박강도를 높이자 중국 정부가 수출관세를 철회하는 방법으로 힘겨루기에 나선 것 같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 양국간 무역마찰이 전품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국영방송인 CCTV는 이날 이번 조치에 대해 국내외에서 중국 섬유수출업체들에 이중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앞서 중국방직물협회 등 섬유 관련 기관과 업체들은 20일 발표된 섬유제품 수출관세 인상 방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해왔다. 이에 대해 총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3일 “미국ㆍEU가 실질적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섬유제품은 수출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해 무역 상대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관세폐지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시사했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