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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사고도 구호조치 있었다면 "무죄"

가족에 뒤처리 맡기고 현장 이탈<br>대법 "도주의사 없어 범죄 아냐"<br>사고 경위·내용·피해 정도따라 법원 독립적 판단으로 판결 갈려

가벼운 차 사고를 낸 뒤 가족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사고 현장을 떠났다면 뺑소니에 해당할까.

1심과 2심은 뺑소니로 보고 벌금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뺑소니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술을 마신 뒤 차를 몰다 택시를 들이받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도주차량)로 기소된 차모(6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장을 벗어난 차씨가 자신의 아내에게 바로 처리를 맡긴 점, 음주운전 미만의 술을 마셨고 단시간 내 경찰서로 출두한 점 등을 감안하면 차씨가 도주 의사를 가지고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씨는 지난해 9월 서울 면목동 도로를 주행하다 택시를 들이받은 후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하자 말 없이 사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1ㆍ2심과 달리 상해가 비교적 경미하고 사고 직후 즉시 정차해 피해자와 처리 방안을 논의한 점을 무죄의 근거로 봤다.



뺑소니 사건의 경우 재판부에 따라 또는 사건 상황에 따라 판결에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구호조치가 적극적이지 못한 경우 유죄를 받은 사례가 많다. A씨는 2008년 11월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화물차와 부딪혀 화물차 운전자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후 주변에 119 신고를 부탁한 후 현장을 떠났다 기소됐다. 대법원은 "A씨가 교통사고 직후 차량에서 내려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도로 건너편 주유소 직원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한 후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사고 현장을 떠난 것은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며 A씨에게 벌금 3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무죄를 선고 받는 경우도 있다. B씨는 지난해 3월 술을 마시고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옆 차선의 화물차를 들이받아 화물차 운전자에게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힌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구급차로 이송되면서 구급대원에게 자신의 이름만 밝힌 채 연락처와 주소는 허위로 불러줬고 병원에 도착한 직후 택시를 타고 도망갔다. 대법원은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않고 구급대원에 연락처를 허위로 알려줬더라도 가해 차량에 연락처가 남겨져 있어 결과적으로 B씨의 신원이 확정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이 뺑소니 사고에 대해 이처럼 다른 판결을 하는 것은 사고 경위와 내용, 피해자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 정황 등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한 판사는 "뺑소니 사고는 사안별로 내용이 달라 혐의를 적용하기 까다로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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