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전 대통령 축출을 주도한 압델 파타 엘시시(60) 전 국방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국영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6~28일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 엘시시 후보가 96.91% 득표율로 당선이 확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와르 엘아시 선관위원장은 이집트 전체 유권자 5,400만명 가운데 엘시시가 2,378만 표를 획득했으며 유일한 경쟁 후보인 좌파 정치인 함딘 사바히는 3% 득표율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엘시시는 무르시 축출 사태 이후 11개월 만에 대통령직을 차지하게 됐다.
엘시시는 당선이 확정된 뒤 첫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제는 이집트 재건을 위해 일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정장 차림의 그는 이어 “근로가 이집트에 밝은 내일과 더 나은 미래,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미래가 백지상태인 만큼 우리의 바람대로 우리 손으로 미래를 설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엘시시는 2018년까지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이집트 개정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취임식은 오는 8일 카이로에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투표율은 47.45%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2년 대선 결선 투표율 52%보다 4% 포인트 정도 낮은 수치다. 엘시시는 대선 투표율이 8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해 왔다.
선관위는 저조한 투표율로 애초 26~27일 이틀간 시행할 대선을 하루 더 연장했지만 최종 투표율이 과반에 미치지는 못했다.
앞서 사바히 후보는 대선 기간 일부 투표소에서 각종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선관위는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이날 저녁 수천명이 모여 이집트 국기를 흔들고 축포를 쏘며 엘시시 당선에 환호를 보냈다.
엘시시 당선이 발표된 기자회견장에서도 일부 기자와 공무원이 기립 박수를 치는 장면이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집트 군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 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 가운데 가장 먼저 축하의 뜻을 보냈다.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국영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96.9% 득표율은 이집트가 역사적인 날에 새로운 장을 맞이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압둘라 국왕은 또 여러 나라를 초청해 이집트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를 주최하겠다고 밝혔다.
엘시시는 지난해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 정권 축출을 주도한 뒤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정치적 대항마도 없어 일찌감치 당선이 예상됐다.
이집트 군부 지지자들과 국영 매체도 그간 엘시시의 대선 출마를 노골적으로 촉구해 왔고 최고 권력 기관인 군최고위원회도 지난 1월 그의 대선 출마를 승인했다.
엘시시는 지난 3월 국방장관직을 사임한 직후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엘시시의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한 무르시 지지파의 반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무르시 지지파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제3의 혁명”을 촉구했다.
또 엘시시 당선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퇴진한 호스니 무바라크 시절의 군사 독재 정권으로 회귀하는 길을 터 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엘시시 당선으로 이집트는 1950년대 공화국 체제 출범 이후 5번째 군부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게 됐다.
무르시 지지 세력은 무르시가 축출되자 ‘엘시시가 민선 대통령을 상대로 쿠데타를 이끌었다’며 반대 시위를 이어왔다.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이들을 무력진압하는 과정에서 1,500명 이상이 숨졌다.
일각에서는 엘시시가 이집트의 마지막 전쟁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군 복무를 시작해 실전 경험이 없는 데다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비판론도 제기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