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던 연말정산 결과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주변을 둘러봐도 1년 전에 비해 돌려받는 세금이 확연히 줄었다는 볼멘소리가 압도적이다. 환급 세금이 줄었다면 그나마 다행. 더 토해내라는 고지서를 받은 직장인들도 부지기수다. 오죽하면 13월의 세금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SNS상에는 세금 도둑이 따로 없다는 투로 세정당국을 비난하는 글도 올라온다. 지난해 가을 직장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유리지갑 털어먹기' 사건을 떠올리면서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있다.
△이런 논란에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세금을 더 걷은 것도 아닌데…'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맞는 말이다. 지난 1년 동안 세금을 덜 걷었으니 덜 돌려주는 것일 뿐이다. 더구나 지난해 가을 중산층 증세 파문을 초래했던 개정세법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번 연말정산은 지난해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정산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개정 세법상 연말 정산은 내년 이맘때 적용된다.
△하지만 세제실은 원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연말정산이 유독 원성을 사는 배경엔 황당한 정책을 동원한 세정당국의 과오가 있다. 기재부는 MB 정부 막판인 2012년 9월 침체된 내수를 살린답시고 근로소득세를 평소 덜 떼고 연말정산에서 덜 돌려주는 방향으로 간이세액표를 조정했다. 대략 월 10%씩 세금을 덜 걷었다. 매월 세금을 덜 떼면 소비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알량한 계산에서다. 나중에 왕창 걷어갈 것이면서도 온갖 생색은 다 냈다. 당시 조삼모사 논란이 거셌는데도 내수활성화 대책에 끼워 넣더니 기어코 강행해버렸다. 간이과세 정상화는 물론 간이세액표를 연초에 조정하는 상례의 역주행이 아닐 수 없다.
△13월의 세금이라는 말 자체가 나도는 건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하나 어쩌랴. 2012년 지은 죗값을 지금 치르는 것을. 욕을 얻어먹어도 싸다. 샐러리맨들을 유리지갑도 모자라 아예 원숭이쯤으로 취급한 죄다. /권구찬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