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이태수 부장판사)는 경기도 한 다가구주택 세입자였던 박모씨가 임대차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김모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박씨는 2012년 2월 공인중개사 김씨의 소개로 18가구가 사는 한 다가구주택 소유주와 보증금 4,500만원으로 2년 기한 임대차 계약을 하고 입주해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당시 이 건물에는 채권최고액 4억2,000만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박씨의 임대차 계약서에도 이 내용이 기재됐다.
그후 이듬해 8월 이 건물은 경매로 넘어갔다. 6억원에 낙찰돼 매각대금이 근저당권자인 금융기관과 주택 임차인들에게 배당됐다. 그러나 박씨는 다른 임차인들보다 배당권이 후순위라는 이유로 전혀 배당을 받지 못했다.
박씨는 "공인중개사가 임대를 중개하면서 선순위 임차인의 존재와 그 보증금 액수 등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 바람에 임대차보증금 회수에 관한 걱정 없이 계약을 했다"며 김씨가 보증금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이에 맞서 김씨는 선순위 임차인의 존재를 다 설명했으며 박씨가 그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시세보다 저렴한 조건으로 계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김씨가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계약 전에도 같은 주택 세입자 4명의 보증금 합계 2억원인 임대차 계약을 중개했음에도 원고의 계약 당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실제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원고로서는 향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 받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계약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도 다가구주택인 건물의 실제 이용 현황을 잘 비교·검토했더라면 선순위 임차인의 존재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중개인 설명만 믿고 계약한 잘못이 있다”며 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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