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높이의 앞바퀴에 작디 작은 뒷바퀴. 비대칭의 구조가 기형적으로 보이지만 예전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델이다. 무엇보다 속도가 빨랐다. 시속 40㎞를 낸 적도 있다. 세발 자전거와 같은 구동원리로 앞바퀴의 지름이 크면 클수록 속도를 냈기에 ‘빅휠(Big Wheel)’로 불렸던 이 제품의 발명자는 제임스 스탈리(James Starley). 자전거 산업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1830년 4월21일 영국 남동부 서식스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정원사 조수, 농기구 수리공을 거쳐 최초로 손댄 사업은 재봉틀 생산. 동업자와 함께 ‘코벤트리 미싱회사’를 세워 승승장구하던 그는 39세에 자전거 생산에 뛰어들었다. 뼛골이 울릴 정도로 승차감이 좋지 않아 본쉐이크로 불렸던 프랑스제 자전거의 목제 바퀴를 통고무로 바꾸고 가볍고 얇은 바퀴 살을 붙인 ‘빅휠’을 개발했을 때 그의 나이는 41세. 얼마 안 지나 기어를 붙이고 안정성도 높인 세바퀴 자전거 트라이시클도 선보였다. 1881년 간암에 걸려 사망(51세) 할 즈음 영국 방방곡곡에는 그의 자전거가 깔렸다. 공기 타이어에 체인, 동일한 크기의 앞뒤 바퀴를 가진 현대식 자전거는 그의 사망으로부터 불과 5년 후 등장했다. 조카 존 스탈리에 의해서다. 존의 자전거 ‘로버 세이프티’는 전세계로 팔려나갔다. 존은 얼마 후 자동차에도 눈을 돌렸다. 영국이 자랑하는 명차 ‘랜드로버’의 뿌리가 바로 스탈리 가문이다. 코벤트리도 면직 공업도시에서 자동차ㆍ기계공업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세월이 흘러도 자전거의 인기는 여전하다. 최근에는 퇴임한 대통령이 자전거에 손녀들을 매달고 시골길을 달리는 모습이 세계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자전거에는 추억과 건강ㆍ아름다움이 있다. 자전거를 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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