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구조가 탄탄한 핀란드는 부실 회원국에 돈을 퍼주기보다 탈퇴하는 게 이익이지만 그렇게 되면 유로존이라는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를 잃어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손실을 줄이자니 영토가 위험하고 영토를 지키자니 경제가 손해를 입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핀란드는 역내 우량국인 독일과 네덜란드와 달리 유로존 경제노출도가 작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지난달 이 점을 반영해 독일과 네덜란드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서도 핀란드는 '긍정적'으로 유지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도 51%로 독일(81%)ㆍ네덜란드(65%)보다 낮고 수출의 3분의2가 유로존이 아닌 러시아ㆍ스웨덴ㆍ미국 등 다른 국가로 향하고 있다. 그리스 등 위기국에 더 이상 돈을 주지 말고 차라리 유로존을 탈퇴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오랜 대립을 벌여온 러시아가 걸림돌이다. 핀란드는 지난 1944년 당시 소련과의 전쟁 끝에 주요 공업지대가 집중된 국토의 12%를 소련에 넘겨줬고 이후 유로존 가입 전까지 크고 작은 분쟁에 시달려왔다.
만약 유로존을 탈퇴하면 언제라도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6월 러시아의 니콜라이 마카로프 총참모장은 "핀란드 군대가 러시아 국경 쪽으로 배치되고 있다"면서 "이는 전쟁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딜레마에 빠진 핀란드 정부는 연일 유럽연합(EU)에 "더 이상 유로존을 지탱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닦달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에르키 투미오야 핀란드 외무장관이 "유로존 해체 비상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텔레그래프는 "핀란드의 부실국 누적 지원액이 GDP의 10%에 해당하는 190억유로가 될 때쯤 정부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