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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특파원칼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문성진(베이징특파원) hnsj@sed.co.kr 중국 산둥(山東)성의 해안도시 칭다오(靑島)는 한때 한국 기업들에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공장용지는 무상에 가깝게 공급됐고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1 수준도 안 되는데다 외자기업에 낮은 기업소득세(법인세)율이 적용되고 가공무역의 경우 증치세(부가가치세)를 전액 돌려주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사업하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로 쉽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칭다오가 요즘 변하고 있다. 빚에 쪼들려 야반도주하는 업체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중국에 비해 토지 비용과 인건비가 현저하게 낮고 기업들에 각종 우대혜택을 주는 베트남으로 새롭게 둥지를 트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는 ‘탈(脫)중국’ 준비모임도 많아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액세서리 제조업체인 K기업의 L사장은 “과거 칭다오에서는 3만달러(약 2,760만원)의 자본금만 가지면 액세서리 작업대 하나 마련해서 기업을 만들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저런 규제에 세무조사까지 시달리다 보면 천국은 잠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칭다오는 최근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대대적인 도시 정비에 나서면서 제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시책을 펴고 있다”면서 “칭다오에서 한국인이 대접받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2만8,000여명이던 한국 교민은 해마다 대략 1만명씩 늘어나 지난해 말 현재 약 8만여명까지 불어났고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에 있는 설비를 뜯어 칭다오에 새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기업들이 천국 같은 조건을 갖춘 칭다오로 온 이유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낮은 경제성장률 속에 인건비와 공장용지 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찾은 한국 기업들의 미래가 뭔가 불안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불안이 최근 중국의 정책 변화를 통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칭다오 등지에 집중돼 있는 한국계 기업들의 핵심적인 수혜였던 가공무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률을 품목별로 대폭 낮추거나 아예 없앴다. 올해 들어서는 법인세 세율을 내ㆍ외자기업과 통일시켜 외자기업에 대한 혜택을 철폐하는 법안을 만들고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과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계약법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외자기업에 주었던 혜택은 자본 유치를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안타깝지만 칭다오는 ‘어제의 기업천국’이다. 칭다오를 대신할 기업천국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입력시간 : 2007/07/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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