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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에서 도굴된 조선 시대 '지석(誌石)' 수백 점을 개인 수장고에 숨겨 보관한 사립박물관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석은 죽은 사람의 신분이나 일대기를 기록해 묻은 판석·도판으로 매장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굴된 지석 수백 점을 문화재 매매업자를 통해 사들여 수년간 보관한 혐의(문화재보호법상 취득·은닉)로 한국미술박물관장 권모(7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권씨에 지석을 판 문화재 매매업자 조모(65)씨와 김모(64)씨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 2003년 6∼8월 조씨와 김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3,300만원에 지석 379점을 사들이고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 인물로부터 지석 179점을 취득해 총 558점을 지난 6월 적발될 때까지 자신의 개인 수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번에 회수된 지석 중 379점은 조선 제11대 왕 중종(1488~1544)의 손자 풍산군 이종린의 묘에서 도굴됐으며 2002년 사망한 문화재 매매업자 이모씨를 거쳐 조씨와 김씨에 건너갔다. 조씨 등은 이를 권씨에 팔았고 권씨는 또 다른 문화재 매매업자로부터 얻은 지석 179점과 함께 자신의 수장고에 보관해 왔다.
권씨는 장물 취득에 따른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창고를 빌렸고 공소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석을 처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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