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기부연금제 도입을 위한 '나눔기본법' 제정의 걸림돌로 지목돼온 기부내역 공개, 장부 작성 및 비치 등 규제 관련 규정을 삭제한 뒤 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기부연금제 도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규제 규정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중복규제라며 반대해오던 사항들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8일 "8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나눔기본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 법안을 수정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다음달 국회를 통과하면 기부연금제도는 내년 초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다음달 입법 추진 중인 나눔기본법은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존 법안 제16조와 17조에 적시돼 있던 나눔단체 정보 공개, 장부 작성·비치 등 규제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기보다 나눔문화위원회를 통해 부처 간 서로 다른 규정을 통합해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자산 5억원 또는 수입 3억원 이상 공익법인은 국세청 공시 시스템에, 기부금품법상 모집단체·사회복지법인·사립학교는 단체 홈페이지에 기부와 사용내역 등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다. 또 모든 공익법인 등에 대해서는 장부 작성 및 비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나눔문화 활성화를 위한 컨트롤타워로 확대 운영될 '나눔문화위원회'에는 민간위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국무총리와 함께 민간위원 1인을 공동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30명 이내로 구성될 위원의 과반을 민간 위원으로 채우기로 했다. 복지부와 행정자치부 장관은 각각 간사를 맡게 된다. 지난 2012년부터 총리훈령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눔활성화 정책협의회'는 현재 국무총리실장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9개 부처 차관과 민간위원 5명이 위원이다.
나눔기본법 제정안이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대폭 반영한 만큼 기부연금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나눔기본법이 다음달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부연금은 기부자가 등록된 나눔단체에 100을 기부하면 그중 50은 추후 연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나눔단체가 연금 지급을 담당하고 있어 감독당국은 10년 이상 재무상태가 건전한 기관에만 인가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국민연금에 기부연금 지급 업무를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 2월부터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로 기부연금 준비단을 구성해 기부연금 도입을 위한 세부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차질 없이 기부연금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