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누군가 "선물시장에서 사람들이 손해를 많이 보는데 문제 아니냐"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순간 이 질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질문을 한 투자자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과 그런 사람이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손해'의 의미가 과장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장경제시스템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는 이유나 파는 이유, 가격의 높낮이 등은 시장참여자 모두의 자유의사로 결정된다. 시장은 특히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만 형성되고 유지된다. 시장에서 모두들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시장은 곧 없어진다. 왜냐하면 이 경우 누구도 물건을 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모두들 가격이 내린다고 생각하면 사려는 사람이 없어진다. 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범만 필요하다. 자유의사로 거래한 것을 놓고 "손해를 봤으니 물어 달라"고 주장하면 시장은 없어진다. 시장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물건의 미래가격을 사고 팔고, 그 가격의 변동성조차 사고 파는 시장이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 변동성에 따른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의 위험은 보험으로 제어하기에는 너무 강력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은 이를 선물과 파생 시장을 통해 회피해갈 수 있다. 만약 미래가격을 거래하지 못하게 하면 현물시장도 사라질 것이다. 시장에는 일반적으로 투기거래자∙헤지거래자∙차익거래자 등이 존재한다. 헤지거래자와 차익거래자는 파생시장을 통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방지하며 재정거래(Arbitrage)를 통해 매매차익을 취득하고자 한다. 두 거래자 모두 가격을 제시하거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반면 투기거래자는 가격 변동을 통해 이익을 보고자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가격을 제시하고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에 시장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 이들이야 말로 각자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최근 중계된 골프시합에서 한 선수가 그린 에지 물가에 있는 볼을 힘차게 쳐냈다. 옆에 있던 부인은 "저 선수 화났나, 저렇게 세게 치면 어떻게 해"라고 외쳤다. 하지만 필자는 속으로 "물가에서 살살 치면 공이 죽을 수 있는데 잘했네"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삶도, 시장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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