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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9월 20일] 길
입력2010-09-19 10:55:51
수정
2010.09.19 10:55:51
길- 마종기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는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에 덮인 집이 불을 낮추고
검푸른 바깥이 천천히 밝아왔다.
같이 저녁을 맞는 사람아,
들리냐.
우리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웠다.
그 놀라운 처음의 새로움을 기억하느냐.
끊어질 듯 가늘고 가쁜 숨소리 따라
피 흘리던 만조의 바다가 신선해졌다.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다.
저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김영사刊)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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