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컴퓨터(PC) 시장의 몰락과 함께 쇠락을 거듭해온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침내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부진을 씻기 위해 출시한 새 운영체제(OS) 윈도8이 실패로 돌아가고 노키아와 손잡고 내놓은 윈도폰도 별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등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워지자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선 것이다.
스티븐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하드웨어와 웹 기반 서비스 사업기반을 확충하고 윈도 OS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제품군별로 쪼개진 사업 부문을 통합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PC 시대에 구축된 소프트웨어 위주의 사업구조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각광받는 모바일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PC시장은 지난 2ㆍ4분기에 전년 대비 10.9% 감소하는 등 모바일 기기에 밀려 역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PC시장은 벌써 5분기 연속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S가 5년 만에 단행하는 이번 조직개편은 "지금까지 제품 개발의 발목을 잡아온 회사 내부의 칸막이를 없애고 MS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회사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이를 위해 MS는 사업부를 OSㆍ앱ㆍ클라우드ㆍ디바이스 등 4개 영역으로 재편하고 제품 관련 임원의 업무에서 마케팅과 재무 등을 분리해 제품 개발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했다.
발머 CEO는 앞서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각각 분리됐던 전략들을 하나로 통일해 최상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 전략이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외신들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ㆍ서비스가 삼위일체를 이루고 전직원들의 협력을 통해 자사 제품끼리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목표로 하는 이러한 조직 운영방식이 애플의 경영방식을 답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5년 만에 단행되는 MS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 MS 주가는 3% 가까이 오른 35.69달러를 기록,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7년 12월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와중에도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윈도8 실패의 책임이 있는 발머가 CEO직을 유지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조직개편이) MS의 마지막 도전이 되지는 않겠지만 발머 CEO가 던지는 마지막 주사위가 될 것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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