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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한국산 세탁기 '표적 덤핑' 지나치지 않나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반덤핑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의 덤핑마진을 82.41%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2년 전 첫 판정 때 9.29%로 잡혔던 삼성전자 제품의 반덤핑관세가 9배 가까이 높아지게 됐다.

자국의 취약한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무역장벽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갈수록 제재 강도가 세지고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덤핑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나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경우는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해 마진을 높이는 '제로잉(zeroing)' 방식을 사용해왔다. 이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위반 판정을 내리자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고 한다.

미국이 수입한 전체 물량이 아니라 특정 시기·지역에 판매된 물량에만 마진을 산정하는 '표적덤핑(targeted dumping)'과 제로잉을 혼합한 방식이다. WTO 판정을 수용하기는커녕 자국 산업에 유리하게 규칙을 고친 꼴이다. 무엇보다 새 방식은 자의적 적용이 가능하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런데도 한국산 세탁기를 첫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니 지나친 처사이지 않은가.



미국은 산정방식을 바꾸는 꼼수를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에 쓰이는 유정용 강관에도 써먹었다. 지난해 7월 예비판정에서 무혐의를 받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최종판정에서 다국적기업 이윤율을 적용하는 계산방법을 써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번 세탁기 산정방식은 이보다 더 지능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방치하면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제품 모두 고율의 반덤핑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부가 나서 새 산정방식의 부당성을 WTO에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다른 나라와의 공조를 통해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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