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권에 무슨 일이 있길래(?)’ 양천구 목동을 중심으로 영등포ㆍ강서ㆍ구로ㆍ마포구 등 서울 서부권의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 버블’ 논쟁으로 거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중에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시장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할 정도다. 24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전국 집값 상승률 1~20위를 서울 서부권의 아파트 단지들이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새 집값이 25%나 급등한 양천구 신정동 목동2차 우성을 필두로 20위권 내에 양천구 단지 11곳, 강서구 3곳, 마포구 2곳, 영등포ㆍ구로 각 1곳이 이름을 올렸다. 비(非) 서부권으로는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시범과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한신25차가 유이하다. 최근까지도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3구’와 양천구 목동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 단지들이 집값 상승률 상위권을 내주지 않던 양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목동의 상승세가 서울 서부권 일대로 확산되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강서구 방화동 S공인 관계자는 “목동에서 시작된 오름세가 가양ㆍ등촌동을 거쳐 방화동으로까지 넘어오고 있다”며 “매수세는 있지만 매물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부녀회 등 주민들의 담합으로 호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영등포구 당산동 H공인 관계자는 “A단지의 부녀회 총무인 중개업자가 매도가를 통제하고 있어 다른 중개업소들도 물건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호가를 올려야 한다”며 “담합에 의한 호가상승에도 간혹 거래가 이뤄지고 그 다음에는 또 호가를 올린다”고 덧붙였다. 당산동 일대는 유원제일2차(44평형)이 한달간 1억원 이상 올라 6억6,000만원대를 형성한 것을 비롯해 당산현대3차ㆍ상아ㆍ한강서초ㆍ현대한전ㆍ삼성강마을 등 상당수 단지가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급등했다. 마포구 용강동 대림1차의 경우도 국민은행 시세는 8억8,000만원 정도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10억~11억원은 줘야 살 수 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M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이 호가를 경쟁적으로 올리도록 부녀회가 유도하고 있어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달 전에 비해 5,000만원쯤 오른 부영을 비롯, 상당수 단지가 상승세에 있는 강서구 등촌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D공인 관계자는 “두세달 전만 해도 3억1,000만원대에 거래되던 로열층이 부녀회 담합 등의 영향으로 갑자기 호가 4억5,000만원대로 급등했다”며 “특별한 이유도 없이 2~3월에 비해 1억원 이상 올랐는데 거래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까지 부녀회의 집값 담합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다소 위축되는 모습이지만 조직적 움직임은 여전하다. 경기 군포시의 한 주민은 “담합 애기가 뉴스에 나오자 엘리베이터에 붙였던 공지는 다 떼어냈지만 반상회 등을 통해 싸게 팔지 말자는 얘기들은 계속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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