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천년 기업

김상용기자 <산업부>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紙)가 1,000년 이상된 기업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이들 천년기업에 우리 기업은 하나도 없다. 100년 이상된 국내기업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힌 일본의 불교사찰 건설업체인 곤교구미(578년 설립)가 한국인이 세운 기업이라는 데 놀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 우리 선조가 세운 회사라는 자부심이 부풀어올랐다. 이코노미스지는 기업환경의 급변으로 20세기 대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75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0년 포천 500대기업에 포함된 기업 중 3분의1이 부도나 인수합병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곤교구미가 1,40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떤 환경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도전하는 기업인 정신’이 중요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지금 지구촌에 있는 모든 기업들은 변화와 변신을 꾀할 여유를 부리기보다는 ‘사느냐 죽느냐, 먹느냐 먹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기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우리 기업들은 안타깝게도 급변하는 경제 토양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흔들거리고 있다.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언하는가 하면 정부 경제정책상의 혼선 등을 질타하며 잔뜩 움츠리고 있다.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토양을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나온다. 기업들은 또 살아가기 위해 정부정책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정부의 뒷심이 부족해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인력 충원을 늦추고 규모도 줄이는 등 ‘자린고비 경영’이 내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경제 환경에서 ‘미덕’쯤으로 비쳐지고 있다. 정부가 내수불황 타개를 겨냥한 친기업정책을 내놓으라는 ‘점잖은 항의’로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내수불황 등 현재의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이 빠져 있다. 정부가 수레(국민경제)를 앞에서 당기고 기업은 뒤에서 미는 협력체제가 없다. 그저 토양(경영환경)이 변하기만을 바라면서 손을 놓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다. 천년기업이 아니라 당장 내년을 위해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