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유럽을 도울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간단한 통로는 중국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다만 중국은 그동안 꾸준히 EFSF 채권을 사들여왔기 때문에 매입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EFSF를 대체할 예정인 유로안정화기금(ESM)은 오는 7월 이후에나 채권을 발행할 수 있어 시장이 원하는 단기적 임팩트를 주기는 어렵다. 이 경우 "유럽 구제금융에 깊숙이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던 원 총리의 발언은 결국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EFSF가 만들고 있는 일명 '공동투자기금'에 중국이 돈을 대는 방안도 지원 카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발족시키기로 한 이 기금은 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위기국가가 채권을 발행할 때 일정 비율의 손실을 보증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용도로 활용될 예정인데 그동안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굴러왔다.
하지만 이 역시 그동안 중국이 '안전'을 투자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손실 염려가 있는 재정위기국의 손실을 보증할지 의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구제기금 확충에 중국이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등에 따르면 IMF는 미국과 중국 등으로부터 5,000억유로를 끌어 모아 총액 1조5,000억유로 규모의 '슈퍼 유로안정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은 유럽의 불길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메가톤급 카드가 되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재정지출을 꺼리는 미국이 난색을 표해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래저래 중국의 행보는 유럽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인정'과 '첨단기술 제품 수출제한' 등에 유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원 총리가 유럽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번 지원확대 의사는 원론적인 의지표명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WSJ는 중국이 통 큰 지원에 나서더라도 유럽에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날 보도했다. 특히 무역 분야에서 EU와 크고 작은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은 EU에 덤핑을 눈감아달라는 식의 양보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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