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에 태극기를 불태우고 경찰 버스 71대를 파손한 난장판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번에도 추모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책회의는 추모문화제를 연다고 서울시에 신고했다지만 민주노총과 공공노조까지 가세한다면 과격한 정치 폭력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곳곳에서 행사를 한다니 강북의 교통마비는 물론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과 상인들의 불편도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풍부한 시위경험을 가진 민주노총이 경찰에 맞서 선봉에 서야 한다거나 세월호 참사를 총파업의 물결로 살려 한몸으로 싸워야 한다는 선동적인 구호도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경찰 버스를 무력화하고 청와대 주변에 미리 조합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투쟁전술까지 나돌고 있다.
국민 사이에서는 세월호 관련 집회가 이미 순수한 추모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연합한 4·16연대는 민주노총 총파업 동참을 선언한 데 이어 5월1일 노동절 집회에 맞춰 1박2일의 철야투쟁까지 준비하고 있다.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가 22일 세월호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했는데도 인양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면서 오히려 정권퇴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며 광화문 대신 가족끼리 안산이나 팽목항에서 진상 규명을 주장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더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러니 "자식 잃은 부모들이 폭도로 매도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달라"는 단원고 학부모들의 호소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다수 국민은 세월호 추모행사를 빙자해 광화문 네거리에서 아들 같은 의경들을 밀쳐내며 유가족들이 악에 받쳐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도 총파업 동력을 살리겠다며 더 이상 유가족을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