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변화무쌍한 기상현상은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30도를 훌쩍 넘는 기록적인 폭염은 '전력가뭄'에 따른 정전사태를 촉발시켰고 급기야 온통 녹색조류로 뒤덮인 강물에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붙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에는 호우가 집중돼 보험사에 접수된 침수차량만 3,000대에 이르는 등 물난리에 몸살을 앓고 있으니 그야말로 '비교체험 극과 극'이다.
이번 집중호우는 특히 군산 지역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지난 12일 군산에는 시간당 130㎜, 강수량 432㎜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가히 '물폭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중호우 소식에 급히 방문한 군산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비탈진 산에서는 흙탕물이 쏟아지고 집안으로 쉴새 없이 흘러드는 물은 인력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천대에 이르는 차량침수로 교통 마비에 시달렸으며 견인차량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손해보험협회도 급파된 임직원으로 긴급대책반을 24시간 운영했고 서울 등 타 지역의 견인차량까지 동원해 침수차량을 안전지대로 신속히 이동시키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만약 이번 군산에 내린 강수량이 대도시에 집중됐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비 소식이 기다리고 있는데 통상 8월에서 9월로 이어지는 가을장마는 그 피해가 여느 때보다 커서 우려되는 실정이다.
호우 피해는 물론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규모 재난은 기본적으로 사전예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지역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이른바 '안전의 함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개개인은 물론 전국가적으로 안전대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연의 힘에 대응하기 위한 제반 시스템의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소방방재청 등 관계기관을 비롯해 정부에서는 폭우 등 기상이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각종 재해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은 단순히 물적ㆍ인적피해에 그치지 않고 국가신인도 및 경쟁력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인 재난대책이 조속히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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