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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드는 남미

리커창 중국 총리 남미 4개국 순방

58조 투입 남미대륙 횡단철도… 브라질 올림픽에 인프라 지원

대규모 투자 보따리, 협력 강화… 영향력 확대에 美 위기감 커져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선물 보따리를 풀며 남미에서 거침없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도 침체된 경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에 대응하기조차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턱밑인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1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부터 브라질·콜롬비아 등 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는 19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철도 건설, 에너지·자원 분야 등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남미대륙 횡단철도 건설사업에는 브라질뿐 아니라 인근 남미국가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브라질 대서양 항구를 출발한 뒤 내륙을 거쳐 페루의 태평양 항구까지 이어지는 횡단철도가 완성되면 중국은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파나마운하를 거치지 않고 석탄·철광석·곡물 등 남미 지역의 원자재를 중국으로 들여올 수 있게 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들도 태평양 항구를 통해 중국과 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을 확대하고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건설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은 자국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는 조건으로 철도 등 남미지역 인프라 건설 사업에 총 530억달러(약 58조1,834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브라질은 내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도로·공항 등 시설정비 사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요청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인 브라질로서는 중단된 올림픽 관련 인프라 건설에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입장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중국의 투자계획이 확정된 후 다음달 횡단철도 건설 등 대형 사업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세르지우 아마랄 전 브라질 무역장관은 중국의 투자계획에 대해 "중국은 저평가된 지역·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좋은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브라질 외교부의 주제 아우프레두 그라사 리마 정무차관도 "리 총리의 방문은 브라질과 중국, 브라질과 남미 관계 강화를 위한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안정과 평화·번영을 바라는 남미국가들이 환영하는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무역국이 됐다. 지난해 브라질의 대중 수출은 406억달러, 수입은 37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주 말 콜롬비아·페루·칠레도 잇달아 방문하는 리 총리는 이들 국가에도 원자재뿐 아니라 완성품 무역 확대, 인프라 투자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중국과 남미 간 무역규모는 2000년 100억달러에서 2012년 2,555억달러로 25배나 급등했다.



앞으로도 중국의 남미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초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 장관급 회의에서 "앞으로 10년간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2,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이 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남미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곧 이 지역에서의 미국 패권이 흔들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내부에서도 중국과의 협력 확대로 미국·유럽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의 국제문제 칼럼니스트인 클로비스 호시는 "리 총리가 들고 오는 투자 보따리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과의 기존 관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부상한 것은 틀림없지만 지구에는 다른 나라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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