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퐁피두센터에서 전시중이던 쿤스의 1988년작 '겨울사건(Fait d'Hiver)'이 표절 의혹을 받아 전시장에서 철수됐다고 AFP 등 외신이 보도했다. 프랑스의 의류브랜드 나프나프(Naf Naf)의 1985년 광고 이미지를 모방했다고 해당 광고제작자가 고소한 것에 따른 조치였다. 원본이라 주장하는 흑백의 광고사진은 눈밭에 누워있는 여인의 머리 맡에 새끼돼지가 다가와 지켜보는 장면인데, 쿤스의 작품도 도자기로 만들었다 뿐 구도는 거의 같다. 연이어 지난달 말에는 쿤스의 1988년작 '누드'가 죽은 남편의 사진을 표절한 것이라는 '두번 째 소송'이 제기됐다. 도자기 작품인 '누드'는 벌거벗고 서 있는 남녀 어린이가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형상으로, 200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900만달러에 거래된 바 있다.
거장의 표절 시비라니 망신스러운 일이지만, 쿤스는 이미 몇 차례 전력이 있다. 1988년작 조각 '강아지들'과 2000년작 '나이아가라'로 이미 표절 소송을 당한 적 있었다. 대체 왜 이럴까.
표절 시비에 휘말릴 때마다 쿤스는 '패러디'임을 강조하며 부끄러울 것 없는 예술적 사용임을 이야기한다. 제프 쿤스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로 분류된다. 이성 중심의 모더니즘 시대의 미술은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화로 빠져들었고, 이에 반발해 전후 미술을 주도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이든 예술로 인정한다. 그러다 보니 장르도, 기법도, 주제도 제한이 없다. 특히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정치·사회적 이슈부터 광고·만화·잡지는 물론 유명작가의 작품 등이 예술에 등장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차용과 인용, 즉 '패러디'가 성행하게 된 것이다. 물론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면 다른 작품을 빌려올 때 그 출처를 밝히는 게 좋다. 어쨌거나 기성문화·대중문화를 풍자하는 쿤스의 '패러디'는 미술계에서 용인되는 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쿤스를 "예술가라기보다는 그림 장사꾼"이라 폄하하며 현대미술사에 넣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역사적 평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기존의 작품을 차용해 수만 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쿤스의 '창조경제' 능력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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