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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일본, 섣부른 금리인상 안돼

<파이낸셜타임스 10월30일자>

지난 2000년 8월, 경제는 성장하고 물가 압력은 완화되자 일본은행(BOJ)은 금리를 0.25%로 인상했다. 이는 재앙이었다. 6개월 후 경기는 다시 침체에 빠졌고 일본은 금리를 다시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현재 일본의 물가는 서서히 오르는 중이지만 BOJ는 과거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어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식품을 제외한 일본의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2% 상승률을 나타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0.5%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하락세인 점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은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일본의 금리정책 입안자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일본 경제는 회복세지만 내수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수출산업의 비중만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이 강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면서 수출 대국으로 떠오르는 마당에 미국 소비자들이 일본에서의 쇼핑을 멈춘다면 일본 경제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BOJ는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신중함이 요구된다. BOJ는 오랜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고 정상적인 금융ㆍ통화 정책으로 회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참고 기다려야 한다. 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했을 경우 글로벌 경제와 연관지어 어떤 위험 요소들이 불거질지에 대해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BOJ가 물가 상승률을 0~2% 범위 내에서 묶어두겠다는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볼 때에나 상상이 가능한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0% 수준에 가깝다는 사실은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BOJ가 이에 대한 대응을 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수년간 힘든 시간을 겪은 뒤 BOJ가 자신감을 얻은 것은 좋은 일이다. BOJ는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해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런 성공을 섣부른 금리인상으로 망쳐서는 안된다. 일본 국민들은 2000년에 있었던 성급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혼란이 재발하는 것을 눈감아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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