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내년 현대·기아차 경영 테마를 '내실'과 '브랜드 강화'로 정했다. 정 회장은 이달 16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해외 법인장 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경영방침을 세계 각지 근무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1일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 생산·판매 목표는 800만대 미만으로 결정됐다"면서 "이는 양적성장보다는 내실을 추구하고 브랜드 역량을 강화하라는 정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전세계 생산·판매는 연초 목표로 설정했던 741만대를 초과해 75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목표가 800만대 미만이라는 것은 생산시설 확충에 따른 자연증가분 정도만을 양적성장하겠다는 뜻으로 대단히 보수적이다.
실제 내년 현대차 중국 3공장이 15만대를 추가 생산할 예정이고 연산 30만대 규모 기아차 중국 3공장이 오는 3~4월 완공하면 내년 최소 15만대 정도는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근 증설을 마친 현대차 터키공장이 올해보다 10만대를 더 생산하면 설비확대에 따른 생산 증가량만 최소 40만대선이다. 이 정도 선에서만 물량을 키우겠다는 것은 잔업과 특근을 통해 최대 물량을 뽑아내 시장에 밀어내는 식의 과거 패턴 경영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해외 경쟁사와의 물량 경쟁은 중요하지 않고 이익률 중심의 내실경영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한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16일 해외 법인장들에게 제값 받기와 브랜드 마케팅 강화 등 내실경영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인장 회의에는 존 크래프칙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장을 비롯한 세계 현대·기아차 판매 및 생산 법인장 60여명이 참가한다.
정 회장은 법인장 회의에서 지역별 경영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최대 승부처는 중국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시장은 내년에 9.4% 증가해 1,854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증설을 단행한 만큼 시장을 리드하는 위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에서는 물량 싸움을 벌이지 말고 제값 받기에 집중하라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 경쟁력을 회복하고 공격경영 중인 미국차와 힘 겨루기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니 내실을 다지라는 의미다. 아울러 상반기에 북미에 투입될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는 마케팅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
유럽은 제네시스를 신규 투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 최근의 급성장이 반짝 성과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마케팅 면에서는 스포츠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은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리는 해다. 그동안 공들여온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다.
신차 면에서는 제네시스에 앞서 국내 출시된 기아차 '쏘울'과 내년 나올 현대차 '쏘나타'의 글로벌 판매가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세 차종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가 현대·기아차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美 구매만족도 6계단 껑충 5위
기아차는 11위로 5계단 올라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1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 구매만족도를 가장 많이 끌어올린 브랜드로 평가됐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미국 최대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2013 구매만족도 조사(SSI)'의 일반 브랜드 부문에서 각각 지난해보다 6계단과 5계단이 오른 5위, 11위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 브랜드 중 최고의 순위 상승폭이다. 지난해 11위였던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27점이 늘어난 677점을, 기아차는 33점 늘어난 661점을 받았다. 구매만족도 조사는 매년 업체별 차량 구매자와 비구매자를 대상으로 판매망의 시설·역량·고객응대 등과 관련한 전반적 만족도를 평가한다. 조사 결과는 미국 시장에서 각 업체의 판매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 내 구매만족도가 높아진 요인을 판매망 확대를 통한 현지 소비자들과의 접점 확대, 판매역량 강화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망은 1,594곳으로 2008년의 1,427곳보다 12%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만 취급하는 단독 딜러도 2008년 984곳에서 올해 1,277곳으로 30% 늘어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만족도 향상이 판매증가와 직결되는 만큼 미국 판매망 수를 늘리면서 교육과 시설투자를 강화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벨로스터 레이싱카 출시
현대자동차가 '벨로스터 터보'의 성능과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한 '튜익스(TUIX) 레이싱' 모델을 2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튜익스'는 자동차 튜닝(Tuning)과 혁신·표현(Innovation·Expression)의 합성어로, 현대차가 자동차의 외관·성능에 대한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선보인 브랜드다. 튜익스 레이싱 모델은 현대차가 내년부터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참가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강력한 성능을 지닌 벨로스터 터보의 고성능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튜익스 레이싱 모델을 구입하면 벨로스터 터보 모델 전용으로 디자인된 1열 카매트와 스마트키 홀더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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