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미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서 이머징 마켓 회사채 등 고수익 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 달러화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전일보다 0.9% 떨어진 1.4011달러로 마감돼 1.4달러 선을 넘으며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인덱스도 이날 하락하며 79.8선에 거래돼 작년 12월29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락폭도 가파르다. 달러화 인덱스는 이번주에 3.9% 하락했고 3월초 이후 10% 넘게 내렸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지난 4월 초부터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화에서 이머징 마켓 회사채 등 유가증권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쏠리면서 시작됐다. 이런 터에 굴지 신용 평가 회사인 S&P가 지난 주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시킨데 이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도 다음 번 신용등급 강등 타깃이 될 것을 시사해 달러 하락의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데이비드 우 애널리스느트는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가장 짓누르고 있는 이슈는 미국의 부채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라고 잘라 말했다. BNP 파리바의 한스 레데커 애널리스트도 "S&P가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락시킨 결정적 요인은 국가 부채가 2013년까지 GDP의 100%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라며 "이 같은 기준을 미국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미국도 신용등급 강등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회복 전망과 미국의 재정 파탄 우려가 겹쳐지면서 달러화와 함께 안전 자산으로 선호?磯?미 국채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 4월말 3%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3.4%를 넘어서며 6개월내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국채 시장을 떠나 회사채, 이머징 마켓 증시 등으로 옮겨가는 투자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고위험 고수익물인 회사채 등 신용물로 국제 투자자본이 몰리고 있다. 이번 달 들어 지난 주까지 발행된 미국 회사채 발행 물량은 이미 719억달러로 올들어 최고치인 지난 706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물론 지난해 5월(1,433억달러)이후 최고치다. 미국 정크본드 발행 규모도 이번 달 들어 154억달러로 지난 2007년 10월(192억달러)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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