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까지 찍어서… 달라지는 의사들
의사가 상냥해졌어요사무적 진료 벗고 환자와 눈 맞추고 소통도 확 늘려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교육서울대병원 등 의료계 확산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의 김모 교수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가급적 일어서서 환자를 맞이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병원에서 개설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교육을 받고 나서부터다.
김 교수는 "다른 의사들이 진료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고 나 스스로도 어떻게 진료를 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교육을 통해 다른 의사들이 환자와 성심껏 교감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평소 자신이 진료하는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환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을 지적 받고 환자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대응요령에 대한 설명을 전문가로부터 들었다.
의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환자들을 대할 때 극히 사무적이고 심지어 뻣뻣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과 눈을 맞추고 환자를 배려하는 등 환자를 고객으로 섬기며 소통을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이 의료계에 확산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년에 2회씩 3개월 과정으로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병원 전체의사의 65%가량인 173명의 의료진이 교육을 받았다.
개별 의사들의 진료 응대 예절 개선과 우수 상담 사례 공유 워크숍 및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이 실시된다. 개선 여부를 파악한 뒤 부족한 부분은 개별 실습을 하는 심화과정도 있다. 병원 측은 환자 응대요령을 만들어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초 환자 의사관계위원회를 발족하고 신규 스태프, 임상강사, 전공의 등 600여명을 대상으로 총 9회의 기본교육을 진행했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도 '환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모토를 내걸고 병원장을 비롯한 20여명의 교수들이 지난 3~4월 진료 커뮤니케이션 코칭컨설팅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수술 잘하고 연구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실력 있는 의사라고 생각하지만 환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의사를 명의라고 생각한다"며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통해 사소한 배려가 상대방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 교육 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진료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참석한 이상철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환자와 의사의 원활한 소통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딱히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며 "교육을 통해 환자와의 눈 맞춤 부족, 어려운 의학용어 사용으로 인한 설명 부족을 지적 받아 개선하고 환자의 질환 정보를 구하기 위한 체계적인 질문방법 등을 알게 돼 제한된 시간 내 효율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게 됐고 환자들의 만족감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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