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이 교전 당사국인 이스라엘을 찾은 것은 지난 20일이다. 이날 반 총장은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외교장관 등과 연쇄회담을 열어 인명살상 중단이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새로운 미사일 보유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를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었다. 국제사회가 휴전을 촉구할 때도 이스라엘은 오히려 지상군 투입계획을 발표, 금방이라도 전면전으로 비화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제기구인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을 찾은 상황에서 지상군 투입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반 총장은 21일 가자지역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활동하는 유엔구호청(UNRWA)으로부터 현장상황 브리핑을 받은 뒤 팔레스타인으로 이동, 오전10시20분께 살람 파야드 국무총리와, 오전11시에는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과 각각 회담했다. 반 총장은 다시 이집트로 이동해 오후5시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회담을 하며 타결이 임박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했다. 이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만찬 요청에 따라 암만으로 이동하던 중 휴전타결 소식을 접했다. 반 총장은 다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가 화상을 통해 유엔 안보리회의에 휴전 브리핑을 했다.
유엔 관계자에 따르면 반 총장의 이번 중재활동은 현지가 전시상황인 점을 감안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카이로로 이동할 때는 유엔 대표단의 호위차량이 절반만 제시간에 도착했으며 텔아비브 공항에서는 반 총장이 탑승하지도 않은 유엔 특별기가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활주로를 주행하다가 잠시 멈춰 반 총장을 태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엔의 수장으로서 살인적인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평화를 호소한 반 총장의 노력은 휴전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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