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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론/1월 12일] 원전수출, 선택과 집중의 결실

지난 198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원자력기술 국산화 계획에 따라 100만㎾급 한국표준형 원전을 각고의 노력으로 완성했다. 1990년대부터 한국표준형 원전을 반복적으로 건설하는 과정을 통해 설계의 기본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140만㎾급 최신예 원전(APR1400)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 수출하는 APR1400은 지속적인 선택과 집중의 결실이다. 국내 언론은 몇 가지 핵심이 되는 원천기술의 조기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정확한 진단이다. 늦어도 오는 2012년까지는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해 APR1400의 뒤를 이을 차세대 원전으로 150만㎾급 원전 설계를 완성할 예정이다. 2012년까지 원천기술 확보 총력 기술개발은 에디슨과 같은 천재의 지적 호기심에 기초한 발명 등으로, 시장과는 연관이 적은 제1세대부터 기업의 경영전략과 비전의 관점에 맞춘 제2세대, 제3세대를 거치며 지금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혁신경영을 선도하기 위한 제4세대로 바뀌어가고 있다. 수요자 욕구가 조변석개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기술의 시장성이 더욱 강조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을 전제로 하는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중점을 두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구제품 중 하나인 '포스트 잇'을 만든 3M사가 총매출의 30% 이상을 최근 4년 이내에 개발한 상품으로 구성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또한 우리 휴대폰 업계가 퀄컴사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채택하는 용단이 없었더라도 오늘날의 호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기술개발이 미래만 겨냥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경영진도 그렇게 놓아두지 않고 당장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원한다. 그래서 기술개발의 3대 목표를 현장 애로사항의 해결, 기존 기술의 시장경쟁력 강화,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의 창출에 두고 가급적이면 3대 목표가 균형을 이루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장동력의 창출은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현재의 상품이나 시장지배 기술의 개량이나 개선에 중점을 두게 된다. 생산ㆍ판매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 상황에서 현재에 좀 더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경쟁회사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으로 현 시장을 지배하던 상품과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신기술과 신상품을 만들어 한순간에 경쟁구도를 바꿔버린다. 대표적 사례로 카메라 필름의 명가이던 코닥을 들 수 있다.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의 폭발적 인기를 애써 부인하고 기존의 필름기술 고도화에 집착하던 코닥은 회사 이름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 원자력산업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실질적 대응방안이 원자력 외에는 없다는 간단명료한 논리와 에너지자원 부족에 대한 현실인식에 기초해 프랑스, 일본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등은 지식 에너지인 원자력 기술개발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원자력에 대한 미래비전을 가진 대한민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만이 첨단기술과 시장경쟁력을 갖게 돼 천문학적 규모로 추정되는 신규 원전시장을 선점했다. 미래비전 갖고 기술개발 매진을 막대한 인력과 재원이 투입되는 기술개발 사업은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의 상황변화에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8기의 한국표준형 원전의 가동으로 시장경쟁력을 꾸준히 확인했다. 30여년간 정부와 산학연이 하나가 돼 원자력산업에 비전을 갖고 투자해온 결과 APR1400이 탄생했고 원전수출이라는 쾌거로 이어진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서 탁월한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원자력에 대해 남들과 달랐기에 오늘과 같은 기적을 이뤘고 앞으로도 기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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