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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은행 미국서 승승장구

유리한 조건 공격적 대출<br>다국적 기업 문전성시


중국계 은행들이 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계 은행들이 올해 미국에서 510억달러(58조원)의 신디케이티드론을 내줘 전체 시장의 6.1%를 차지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신디케이티드론은 2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을 구성해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집단대출로 보통 대출규모가 크고 융자기간도 길어 신용도가 높은 은행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차이나머니'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중국계 은행에 손을 벌리는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디레버리징(대출축소)'에 나서면서 자금조달 조건이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중국 은행들은 공격적인 대출에 나서 자금창구를 다변화하려는 기업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중국 은행과 거래를 트면 중국 본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대출증가의 또 다른 배경이다. 세계적 택배업체인 UPS와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중국 은행들과 협력을 강화하면 위안화 거래가 더 쉬워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대출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뉴욕에 처음 지점을 개설한 중국공상은행(ICBC)의 경우 2009년 기업대출이 단 1건도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13억달러를 넘겼다. 중국건설은행(CCB) 역시 같은 기간 6억달러에 불과하던 대출규모가 20억달러로 늘었다. 이밖에 중국은행(BOC)은 최근 의료기기 업체인 짐머홀딩스가 일으킨 14억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티드론에 참여했으며 공상은행도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11억8,000만달러 규모 대출에 발을 담갔다.



차이나머니의 위력은 은행들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행은 2ㆍ4분기 순익이 5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성장률은 5%에 그쳐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세계최고 수준이다. 건설은행의 2ㆍ4분기 순익은 86억달러로 11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냈다. 금융전문지 '더 뱅커'에 따르면 공상은행과 건설은행ㆍ중국은행은 지난해 각각 432억달러ㆍ348억달러ㆍ268억달러를 벌어들여 글로벌 은행 실적순위 1~3위를 싹쓸이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격적으로 대출규모를 늘린 중국계 은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ㆍ4분기 은행들의 부실대출은 전분기보다 4% 늘어난 4,564억위안(81조원)으로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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