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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건교 공사삼일?
입력2006-02-15 16:25:02
수정
2006.02.15 16:25:02
조선 인조 때 유성룡이 부하 관리를 시켜 각 고을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사흘 뒤 고칠 내용이 생겨 회수하라고 일렀더니 관리는 보내지 않고 보관했던 공문을 꺼내왔다.
유성룡이 “왜 하달하지 않았느냐”고 꾸짖자 관리는 천연덕스럽게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라 하여 분명 사흘 뒤 고칠 것 같아 기다렸습니다”고 답했다.
사실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의 원조는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었다고 하니, 국정의 총책임자였던 인조도 “내 치세만 조롱받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건설교통부와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면 공사삼일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8ㆍ31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장담하던 게 불과 몇 달 전이건만 새해 들어 강남 재건축이 들썩이자 2단계 대책을 내놓겠다고 호들갑이다.
정부는 그동안 강남 재건축이 심상치 않다고 떠들어도 “시세에 거품이 끼어 있다”며 애써 낙관론을 펴왔다. 그러나 1월 한달간 실거래가 신고제를 시행한 결과 실거래가는 오히려 시세를 웃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정색하고 장담해도 믿지 않는 판국인데 정부 내에서 서로를 무시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꼴불견’에 가깝다. 건교부가 재건축 승인권한을 지자체로부터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더니 재경부가 “검토한 바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 그렇다.
이뿐 만이 아니다. 아파트 청약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건교부의 발표에 여당이 “확정되지 않은 정책을 발표해 국민혼란만 가중시킨다”며 반박했다. 국정의 양대 주체가 사전조율 없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보다 더 큰 혼란이 무엇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생애최초주택 대출제도를 불과 세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뜯어고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니 “먼저 타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조소가 나올 만하다.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엄포를 놓아도 그때만 먹힐 뿐 한두달 지나면 원상회복되는 현상은 시장이 공사삼일의 전통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민생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공사삼일의 그릇된 믿음을 더욱 굳혀준다. 참여정부가 참담한 마음으로 곱씹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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