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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와 성북구가 생활임금을 첫 도입한다. 최저임금만으로는 해결 못하는 문화ㆍ의료 비용까지 임금에 녹여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노원구와 성북구ㆍ참여연대는 15일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두 구청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돼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내년부터 생활임금을 준다고 발표했다.
생활임금은 임금에 주거ㆍ식료품ㆍ교육ㆍ교통ㆍ문화ㆍ의료비용이 포함돼 근로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체계다. 최저임금법이 정하는 최저임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나오는 최저생계비가 최소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라면 생활임금은 기본적인 삶의 질까지 보장한다는 뜻이 담겼다.
두 구청과 참여연대는 내년 생활임금을 135만7,000원으로 정했다. 시급으로 바꾸면 6,493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시급 4,860원)보다 33% 많다. 생활임금은 지난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에 서울시 생활물가를 반영해 계산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각각 50%, 60%를 최저임금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38%밖에 안 된다"며 "특히 최저임금이 마치 노동자들이 받는 최고임금으로 인식돼 하루 빨리 생활임금 적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와 성북구는 각각 임금을 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 1억6,817만원, 1억199만원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노원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일하는 안내ㆍ환경미화ㆍ경비ㆍ시설관리직 68명은 내년부터 평균 월급이 20만6,091원, 성북구 시설관리공단 청소ㆍ주차관리ㆍ경비직 83명은 7만8,115원씩 오른다. 노원구에서 환경미화일을 하는 공모(61)씨는 "월급 대부분이 남편 병원비와 생활비로 나가기 때문에 문화 생활이나 여가는 꿈도 못 꿨다"며 "내년부터 월급이 20만원가량 오르면 이제 저축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두 구청과 참여연대는 생활임금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생활임금이 민간 부문까지 널리 활용되도록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인건비 인상률을 억제하는 정부 예산편성지침과 인력 감축안을 담은 공공부문 경영평가 기준이 저임금 노동자를 많이 만드는 만큼 중앙정부에 관련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생활임금이 더 확산되기 위해서는 예산 마련처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공공기관별로 생활임금 이하의 돈을 받는 근로자의 수와 재정상황이 제각각인데다 이미 생활임금 이상을 받던 근로자들은 이번에 혜택을 받은 사람들과 임금 차이가 줄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생활임금을 첫 시작한 만큼 앞으로 학교나 다른 공공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게 실태조사와 필요 재원 등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 최소한 생활임금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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