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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판 점검하는 관료들

김영기 경제부기자

[기자의 눈] 가판 점검하는 관료들 김영기 경제부기자 김영기 경제부기자 며칠 전 저녁 자리에서 마주한 중앙부처의 한 고위 관료. 7시30분을 조금 넘긴 시각에 만난 그는 한시간 가까이 연신 울려대는 핸드폰에 매달렸다. 그의 입에서는 “뒷문장만 손대보지. 내가 담당 데스크에게 전화할까…”라는 말이 이어졌다. “가판 안 보잖아요”라는 질문에 어색한 미소와 함께 돌아온 답변은 “인터넷을 통해서는 괜찮아. 위에서도 그것은 용인해줘.” 언론과의 올곧은(?) 관계를 정립한다는 명분 아래 참여정부 들어 시행된 가판 구독 중단. 이후 간헐적으로 벌어졌던 ‘사이버 점검’은 중앙부처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잘못된 내용에 대한 수정에서부터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싶은 구절에 대한 수정 부탁까지…. 부처를 대표하는 공보관뿐 아니라 실무 국ㆍ과장들마저 인터넷을 통한 가판 점검은 비일비재해졌다. 신문들이 밤시간에 내놓는 PDF는 일부 부처에 ‘사이버 (가판)신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의 고위층마저 오보 수정이라는 명목 아래 기자들에게 전화를 거는 일은 그리 어색한 광경이 아니다. 그나마 오보를 고치기 위해 사이버 점검을 벌이는 일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직무를 다하기 위한 충정으로 볼 수 있을 테니까. 최근 재정경제부에 일어난 해프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국정감사 자료를 잘못 해석한 한 언론사의 보도를 상당수 신문들은 다음날 조간에까지 그대로 옮겨 적었고 해당 실무국은 오보를 낸 신문들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동시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사이버 점검마저 같은 부처 국실간에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니. 민간에서 지적하는 정책 추진의 일관성 부족이 ‘언론 점검’에까지 나타나고 있다면 비약일까. 행정수도 이전이 벽에 부딪히고 정국까지 얼어붙은 지금 정책 집행자들에게 여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정책 추진의 핵심 자료가 되고 있다. 사이버상으로 가판을 점검할 시간에 충청도 사람들의 심정을 한 마디라도 더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라도 사이버 점검을 계속하고 싶으면 모든 기사에 대해 꼼꼼하고 통일되게 해야 할 일이다.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4-11-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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