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일 개최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27개국 정상들이 경기침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긴축속도 완화에 합의할지 주목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정상회의에 앞서 공개된 성명서 초안에 '(성장을 위한) 정부지출과 엄격한 재정적자 축소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추구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며 "EU 정상들이 긴축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자유재량권(wiggle room)'을 부여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첫날 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은 실업ㆍ저성장 극복 방안에 대해 격론을 벌인 뒤 정부지출 확대 여지를 더 부여한다는 데 합의했다. 통신에 따르면 "정부지출과 적자축소 목표 간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들이 (회원국의 재정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정한) '안정ㆍ성장 협약(SGP)' 준수를 위한 얼개 내에서 시도될 수 있다"는 표현이 최종 성명서에 포함됐다. 통신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국으로부터 '성장 강화'로도 해석이 가능한 '감축목표 완화'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적자 축소와 구조개혁, 성장은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상호 힘을 북돋워줄 수 있다"며 기존의 적극적인 부양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통신은 이를 두고 "총리가 프랑스와의 충돌을 피했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긴축속도 조절론이 힘을 받는 것은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운데다 경기침체로 정부 부양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재정적자 역시 올해 GDP의 3.7%에 달하며 EU의 기준치인 3%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역내 저성장 기조와 높은 실업률에 주목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ㆍ4분기에 비해 GDP가 신장세로 돌아선 나라는 독일이 유일하다. 아울러 20대 젊은이 700만명을 포함해 총 2,600만명에 달하는 유럽인들이 여전히 실직 상태에 있다.
정상들은 이번 회합에서 '20대 직업창출 방안'에도 합의해 향후 7년 동안 60억유로를 집행한다는 내용을 성명서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는 27개 국가의 20대 실업인구 1인당 약 100유로가 돌아가는 규모에 불과해 벌써부터 재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모스크바 주요20개국(G20) 회의 당시에도 재정적자 축소 속도 완화책을 내놓으려 했지만 독일의 거센 반대로 실패했다"며 "이번 회의에서 주요 정책변화가 도출되지 못하더라도 독일의 9월 선거 이후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프랑스 등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성장과 재정긴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통신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재정위기국의 적자감축 노력이 신뢰를 잃어도, 성장을 회복하지 못해도 금융시장은 외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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