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G7은 26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위협적인 군사 움직임을 이어가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재의 구체적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유력 재계 인사 등 러시아인 15명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제재조치가 28일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동행하고 있는 벤 로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은 "(제재는) 에너지나 금융 분야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푸틴의 측근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 당시 단행된 서구권의 1차 대러 제재에 이은 이번 추가 제재는 지난 17일 무력 사용 자제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 4개국(미·러·우크라·유럽연합) 간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요 거점을 장악한 친러 무장세력들이 합의안 발표 이후에도 점거를 풀지 않자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대테러 진압작전'의 일환으로 군병력을 해당 지역에 투입, 이 지역에서 지난주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26일에는 친러 무장세력들이 제네바 합의에 의거해 우크라이나 동부 슬라뱐스크 지역에 투입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원 일행 13명을 인질로 잡고 정부에 체포된 반정부 시위대와의 맞교환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곧바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OSCE 단원의 석방을 위한 러시아의 조건 없는 도움을 촉구했으나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지역에서의 군사적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사 충돌 우려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접경 지역에 병력 4만명 규모의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25일에는 러시아 항공기가 24시간 동안 수차례 우크라이나 영공을 침입하기도 했다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
이에 맞서 미군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에 병력 600명을 파견했으며 프랑스는 발트해 국가 항공 순찰을 목적으로 하는 라팔 전투기 4대를 폴란드에 보낼 계획이라고 프랑스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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