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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위기의 자본주의, 어떻게 구할 것인가

뿌리 흔들리는 자본주의 "체제 개선할 때" 한 목소리<br>자본주의 모순·폐해 넘을 정책의 대전환 필요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세계사회포럼(WSF). 앞의 것이 자본주의를 옹호한다면 뒤의 것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모임이다.

위로부터의 세계화를 밀어붙여온 세계경제포럼이 기업과 정부 중심이라면 아래로부터 세계화를 부르짖는 세계사회포럼은 풀뿌리 시민단체에 기반하고 있다. 마치 1%와 99% 사이의 대결 같다.

공교롭게도 친(親)자본주의와 반(反)자본주의라는 점에서 서로 입장이 전혀 다르지만 지난 1월말 열린 두 포럼은 오늘의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우리가 죄를 짓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개선해야 할 때다"라고 고백했다. 세계사회포럼의 기획자인 그르지보우스키는 "우리는 다보스에 모인 신자유주의자들의 오만에 맞서려 한다. 자본주의를 넘어설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올해 42번째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대전환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내걸었지만 말 잔치로 끝난 감이 없지 않다. 유럽의 재정위기 아래 세계 '돈줄'을 쥐고 있는 중국 수뇌부의 불참과 여전히 긴축을 강조하는 앙겔라 메르켈의 '빈손'이 다보스를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오늘의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와중에서 불공정과 불평등을 만들어냄으로써 도덕적 권위를 잃었다고 반성했다.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공감을 얻었고 새로운 고용 창출과 인재 양성을 위한 재능주의(talentism)도 제시됐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세계경제포럼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올해 12번째 세계사회포럼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사회적ㆍ경제적 정의'라는 주제 아래 경제위기ㆍ공공정책ㆍ빈곤퇴치ㆍ기후변화 등에 관해 논의했다. 다보스 대신 포르투 알레그레에 참석한 브라질의 호세프 지우마 대통령은 "경제성장ㆍ고용창출ㆍ빈곤퇴치, 불평등 감소를 위한 발전모델을 제시할 것"을 역설했다.



사회운동가들은 자본주의는 원래 잘못된 것이므로 이를 살려보려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세계경제포럼을 비판했다. 올 여름 열릴 리우+20으로 불리는 유엔지속가능개발회의에 경종을 주기 위해 오는 6월5일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환경적ㆍ사회적 정의를 촉구하는 '어큐파이' 시위를 벌릴 것을 촉구했다.

이번 세계경제포럼이나 세계사회포럼은 오늘의 자본주의 위기를 넘어설 대안의 발전모델을 마련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다보스에서는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시장경제의 변화를 통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고 봤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자본주의를 버려야만 오늘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봤으나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에서 봤듯이 사회주의가 해답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결국 21세기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자본주의가 정부 역할, 고용제도, 노동시장, 금융체제, 주식시장, 계급 관계의 작동방식에 따라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영미식 자본주의가 자유시장에 기반해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지키려 한다면 독일식 자본주의는 정부 개입을 인정하면서 계급연합에 의한 사회통합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1990년대 초반 이래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추구와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주도에서 시장 중심의 발전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이러한 시장 중심적 발전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강화돼왔다. 시장만능의 신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는 사회적으로 '조정된' 시장경제가 '고삐 풀린' 시장경제보다 낫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도 정부와 시장 그 하나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 두 가지 사이의 조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해를 넘어설 수 있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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