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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일 이례적으로 전ㆍ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보완' 대책까지 발표한 것은 현재 전세시장 상황이 정부의 당초 인식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수도권과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잠시 둔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강남ㆍ목동 등 인기 지역에 학군 수요가 집중되면서 봄 이사 수요까지 앞당겨지는 등 다시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지난 2008년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입주로 전셋값이 급락했던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와 인근 지역인 광진ㆍ분당ㆍ용인 등의 상승폭이 크다. 2008년 리센츠ㆍ엘스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한꺼번에 입주되며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까지 발생했던 송파구 잠실의 경우 2년 만에 전셋값이 한꺼번에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의 전셋값 체감 상승률이 크게 높아졌다. 잠실 엘스 아파트의 전용 85㎡짜리 전셋값은 2년 전 2억5,000만원선이었지만 최근 4억원을 넘어서는 등 1억5,000만원이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국토부가 파악한 지난해 전셋값 평균 상승률을 봐도 송파가 10.3%, 광진 10%, 분당 11.4%로 강남권과 인접지역이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보였다.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지방 역시 최근 장기간 신규주택 공급 단절의 영향으로 부산ㆍ대전 등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 전셋값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전의 전셋값 상승률은 무려 15%, 부산이 13.7%에 달한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역시 아파트가 8.8%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규모별로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국토부와 업계는 최근 전셋값 상승에 대해 매매 거래 침체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를 보이면서 매매 수요가 사라지고 구매력 있는 수요자들마저 전세로 계속눌러앉으면서 수급 불균형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집을 사지 않고 부동산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대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느는 것도 전세 공급 물량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전세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봄 이사철이 지나더라도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만6,000가구로 지난해 25만9,000가구보다 5만 가구가 넘게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이날 전세자금 저리 대출, 미분양 주택 세제혜택 등 다양한 추가 전세대책을 내놓았지만 가장 문제가 심각한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 품귀현상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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