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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럽' 가시밭길

유럽의회 선거, 반유럽 성향 극우정당 약진 예고

751석 중 200석이상 전망

기존 140석서 대폭 늘어나

유럽통합정책 발목 잡힐듯


오는 22~25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유럽 성향을 띤 극우정당들의 대약진이 예고된 가운데 선거 이후 유럽연합(EU) 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의 정책결정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유럽의회 내에서 극우파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강화 등 기존에 EU가 추진해온 '하나의 유럽' 정책에 차질이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가 22일 영국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국가별로 25일까지 치러진다. 전체 유권자 수가 3억8,000만명으로 규모 면에서 인도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선거다.

그러나 유럽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해 투표율은 지난 2009년 43%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유권자들은 누가 후보인지조차 잘 모른다"며 "유럽의회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투표율이 낮아 대표성이 갈수록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체 유럽 집행위원회 업무 중 약 90%가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각국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이 큰 극우주의 성향 유권자들의 참여율은 높을 것으로 보여 반유럽통합을 표방한 극단주의 정당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선거조사 기관인 보트와치유럽에 따르면 총 751석의 유럽의회 의석 중 200석 이상이 반유럽통합 성향의 정당에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의 약 140석에서 대폭 늘어난 수준으로 전체 의석의 26%에 해당한다. 독자적으로 정책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의석 수는 아니지만 유럽의회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의석 수라는 평가다. 당장 미국과의 FTA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극우정당들은 노동, 이민, 사법권 집행 등 사회정책에서 '하나의 유럽'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시장통합이나 FTA 확대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사이먼 힉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다음 유럽의회에서는 미국과의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EU의 예산과 권한 확대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1년 예산은 17억5,000유로로 이는 영국·프랑스·독일의 의회의 예산을 모두 합친 금액과 맞먹는다. 또 EU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은행연합(뱅킹유니언)의 추가 예산배정이나 권한 강화 등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통합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극우주의 정당에 맞서 '대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극우·극좌의 득세는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간 대연정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이사회 대외관계연구소의 조제 이그나시오 토레블랑카 선임연구원은 "극우파와 반EU 세력의 득세는 유럽의회를 '자기파멸적'으로 만드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친EU와 반EU 간 대결구도 대신 노동·이민·성장정책에서 정상적인 정치이념인 중도우파 및 중도좌파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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