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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23일] '월가 위기 이후' 대비해야

한국인들의 뇌리 속에 각인된 경제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받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일 것이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굳이 설명하자면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번 미국의 금융대란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크기다. 뉴욕 월가가 이번 위기를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사태’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미국은 그간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화 입지와 함께 강력한 금융의 힘을 바탕으로 전세계 지배 질서를 좌지우지해 왔다. 미국 금융시장은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각종 금융공학을 도입하며 입지를 강화해 왔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 같은 역할에 앞장서며 ‘고수익’이라는 특혜를 한 몸에 누려온 주인공이다. 그러나 월가의 돈놀이는 과욕으로 이어지며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 금융시장은 투명성과 신뢰를 잃으며 산산조각으로 분해되기 직전에 있다. 미국 자본시장의 앞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세계의 종말을 예고하는 부정론부터 중장기적 회복을 예상하는 낙관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질서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점에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전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해 온 미국의 영향력은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던 금융 분야의 공중 분열로 인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아시아 시장은 이미 부쩍 자라 미국의 구원투수를 자청하는 것을 넘어 가장 큰 견제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은 더 흔들리고 거대 자금의 축이 다양화 됨에 따라 자금 간 이동으로 이 시장을 쥐락펴락해 왔던 구미의 영향력은 축소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금융 질서마저 ‘다자간 체제’로 돌입한다는 뜻은 이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더욱 복잡해지며 이에 따른 대응 역시 더욱 영민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에 따른 국지적 혼란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다.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이를 바로 읽고 한국 금융시장을 육성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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