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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틸라'와 우리나라 대기업

지난달 말 출장 차 찾은 인도 뭄바이. 현지 인도인들과의 대화에서 빠짐없이 등장한 것이 있다. 바로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의 집인 '안틸라'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유명한 안틸라는 가격이 1조원이 넘는다. 총 27층 규모에 방만 6,000개. 내부에는 가정병원ㆍ수영장ㆍ소형극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실제 눈으로 확인한 안틸라는 멀리서도 그 형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위용을 자랑했다. 하지만 인도 최대의 상업도시이면서도 세계 최대의 슬럼가를 보유하고 있는 뭄바이 한복판에 우뚝 솟은 안틸라는 위화감이 들기에 충분했다.

실제 안틸라는 외국인들에게는 대단한 구경거리지만 인도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물이다. 안틸라의 존재 자체가 인도의 심각한 빈부격차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틸라의 주인인 암바니 회장의 이미지도 썩 좋지 않다. 주력 업종인 석유ㆍ통신사업에서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보고 있는 릴라이언스는 인도 내에서 정경유착의 이미지가 강하며 암바니 회장도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바쁜 사람으로 비치고 있다.



존경받지 못하는 부의 상징인 안틸라를 보면서 한국의 대기업이 떠올랐다. 현재 일반 서민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대기업의 모습은 기자의 눈에 비친 안틸라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물론 글로벌 경쟁을 뚫고 한국 경제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구석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자신들만의 부의 성채를 쌓고 있다'는 일반 국민들의 아우성 역시 귀담아들어야 할 시점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부자들이 부자가 될 자격이 있는가'란 설문에 42%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국민에게 먹혀 들고 있지 않는가.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대기업도 자신들만의 안틸라를 만들고 있었던 게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봤으면 한다. 이는 우리 경제와 대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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