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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속 성지를 찾아가다] <하> 이스라엘편-예수의 일생

'십자가의 길' 곳곳 고행의 흔적이…<br>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의 좁고 낮은 입구<br>예수 몸 낮춘 겸손함·고난의 시간 떠올라

감람산에서 내려다 본 예루살렘. 오른쪽 황금빛 돔은 이슬람 사원이고, 왼편으로는 구시가를 구분짓는 예루살렘 성벽도 보인다.

세계 각국의 성지순례객들이 예수성묘교회 내 예수의 무덤에 참배하고 있다. 예수가 소박하게 죽음을 맞은 것과 달리 비교적 무덤 자리는 오늘날 꽤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예수가 태어나고 성장해 말씀을 전하고 죽음을 맞이한 곳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를 모두 갖고 있는 동시에 이들이 날카롭게 맞서는 '중동의 화약고'다. 일주일 중 쉬는 날만 보더라도 이슬람은 금요일인데, 유대인은 토요일이 안식일이고, 기독교는 일요일을 주일로 삼고 있다. 분당 새에덴교회(담임목사 소강석) 성지순례단과 함께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으로 진입하는 길에서도 이들 종파와 민족간의 첨예함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예루살렘과 인접한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이웃임에도 국경을 방불케 하는 분리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관광객이야 출입이 자유롭지만 정작 이 땅의 사람들은 엄격한 보안검사를 거쳐 '베들레헴 장벽'을 드나든다. 예수탄생교회는 이 베들레헴 안에 위치하고 있다.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왕후가 326년 이곳에서 당시 아도니스신전 지하에서 말 구유를 발견하면서 교회가 건립됐다. 이 지역 다른 교회들이 614년 페르시아 침공 때 모두 파괴된 데 반해 이곳은 벽화 속 동방박사들이 페르시아 선조와 옷차림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수난을 모면했다고 한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가 됐고, 교회 바닥에는 비잔틴 모자이크도 일부 남아있다. 교회 입구 문은 십자군시대에 말 탄 회교도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높이가 1.2m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누구든 고개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다. 순례자들은 비천한 마구에서 태어난 예수의 '몸 낮춘 겸손함'과 자기 고난의 시간을 이겨낸 그 좁은 길을 떠올리며 입장하게 된다. 베들레헴을 나와 예루살렘의 구시가(Old City)로 진입하면 예수 죽음의 길과 마주하게 된다. 유서 깊은 옛 도시로 지금도 떠들썩한 시장이 매일 열리는 구시가는 8개의 성문을 가진 4,000m이상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기독교도ㆍ유대인ㆍ무슬림ㆍ아르메니아인의 4개 지역으로 엄격하게 나뉜다. 이 안에 예수가 십자가 형을 선고받고 처형장까지 십자가를 메고 간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이 있다. 예수가 쓰러지고 넘어진 곳, 어머니를 만난 곳, 손 짚은 곳, 땀을 닦은 곳 등이 14처소로 표시돼 있다. 사실 예수시대에서 2,000년이 지난 지금은 지표면이 수십m 가량 높아졌음에도 골고다 언덕길을 증언하는 갖가지 흔적들은 생생한 역사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가장 경건한 길 중 하나인 이곳이 가장 세속적인 시장통 복판에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인간으로 살았던 예수의 선택은 이 같은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지점은 예수의 무덤 격인 예수성묘교회로 이어진다. 이 안에는 예수가 못박힌 곳과 십자가가 세워진 자리, 예수의 돌무덤이 있다. 순례객들은 엎드려 기도하다 눈물을 짓기도 한다. 예수가 자주 올랐던 감람산(일명 올리브산)에 오르면 예루살렘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기독 교회보다 번쩍이는 이슬람 사원의 금빛 돔이 더 눈에 띄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갈등 가운데 통합을, 세속 안에서 하나의 신념을 보여준 예수의 리더십을 우리 안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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