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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블록버스터 촬영지 한국 어때요?

세계는 지금 로케이션 유치 전쟁



美 평균 제작비 20~30% 환급·佛도 20%까지
濠는 '캐리비안 해적5' 유치에 186억원 지원
日은 자금지원 대신 엑스트라 배우 무한 제공

한국 '어벤저스2' 등 촬영유치로 물꼬 텄지만
국가 인지도 높이려면 별도 예산 책정 고려를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 특별한 풍광이 필요할 경우는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촬영지를 택하는 데 제작비 지원 등의 인센티브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드라마 촬영이 많이 이뤄지는 국가는 대부분 별도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총 50개 주 가운데 40개 주에서 평균 제작비의 20~30%를 돌려주는 방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 역시 5일 이상 촬영하는 영상물로 프랑스 문화에 이바지한 정도 등을 따져 제작비의 20%까지 지원해준다. 일본의 경우 특별한 현금 지원은 없지만 촬영시 필요한 엑스트라 배우를 무제한으로 무료 고용할 수 있게 해주거나 공공시설에 대한 사용료 면제, 교통비와 숙박 제공 등의 방식으로 제작을 돕는다.

기존 프로그램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도 눈에 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아일랜드는 제작비 지원금의 한도를 현행 5,000만 유로(약 670억원)에서 더 높이는 방향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해외 영화 촬영 유치를 지원하는 연간 예산을 2015년부터 5년간 3억3,000만달러(약 3,485억원)까지 늘리는 내용의 새 법안을 지난 8월 합의했다. 뉴질랜드도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15%의 환급 비율을 4월 최대 25%까지 늘렸다.

각국 정부가 막대한 지출을 감행하면서까지 촬영지 유치에 목매는 것은 무엇보다 기대되는 경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뉴질랜드가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지출을 감행하면서까지 아바타 속편 로케이션 유치에 나선 것은 이 촬영이 가져다줄 엄청난 경제 효과 때문이다. 아바타 제작진은 1편 제작 당시 3억700만달러(한화 약 3,24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지출했으며 속편 제작에도 최소 5억뉴질랜드달러(약 4,15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한 영화 '호빗 3부작'의 제작사 워너브러더스 역시 3편의 영화를 찍으며 뉴질랜드에 총 7억4,000만달러(약 7,809억원)를 지출했다. 약정에 따라 총 제작비의 약 16%인 1억2,000만달러(1,266억원)를 환급해주기는 했지만 그걸 살펴도 뉴질랜드는 엄청난 이득을 본 셈이다.

호주가 9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5: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촬영 유치를 위해 2,000만호주달러(약 186억원)의 현금 지원을 결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호주 정부는 2013년 개봉한 '울버린'의 로케이션 유치로 촬영기간 동안 자국 내 1,750개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자국 회사들이 8,000만달러(약 84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국가 인지도 상승이나 관광객 증가 등의 간접 효과는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해리포터'와 '셜록 홈스'의 팬들이 영국을 찾고 '로마의 휴일'을 사랑하는 영화 팬이 트레비 분수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아직 국가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나 미국 공중파 TV쇼의 영향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1월 미국 ABC 방송국에서 방영된 리얼리티쇼 '베철러(The Bachelor)' 한국편과 관련해 "미국 방송국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내려면 30초당 1억원이 든다. 미국 전역에서 1,000만명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 2시간 내내 한국 곳곳이 나온다는 것은 인지도 상승과 긍정적인 이미지 전달 측면에서 지출 비용 대비 70~80배의 효과를 거둔 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 로케이션이 이뤄진 곳에 대해서는 '거기 어떠냐, 가볼 만하냐'라고 묻는 간접 효과가 있다"며 "지금은 일부 촬영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한국에서 촬영하기가 좋더라'는 입소문이 퍼진다면 대작 영화나 드라마의 유치가 꼬리를 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나라는 2011년께부터 이 같은 촬영 유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2년여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 2013년 말과 올해 초 '베철러' '어벤저스2' 등으로 물꼬를 튼 후부터는 빠르게 숫자를 늘려가는 모양새다. 서울시 측은 4월 '어벤저스2'의 서울 촬영에 이어 '스타트렉3'의 제작진이 조만간 촬영 장소 물색을 위해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 쪽에서도 베철러 한국편을 시작으로 올해 4월께 유명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넥스트 탑모델' 시즌 21이 서울시 청사와 강남 일대에서, 9월께 워쇼스키 남매의 SF 드라마 '센스8'이 청계천 일대에서 촬영을 마쳤다.

역대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한 '어벤저스2'의 서울 촬영에 정부는 최고 30%까지 비용을 환급해주는 '로케이션 인센티브제'에 따라 30억여원을 제작팀에 지급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제작비 수십억원을 주면서까지 유치해야 하느냐는 지적을 제기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약한 국가 인지도 제고 필요성, 촬영지 유치에 따른 관광수요 등 장기적 경제 효과를 봤을 때 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유치 예산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각국 정부가 영화 진흥예산에서 직접 로케이션 유치 자금을 쓰는 반면 한국은 관광기금에서 일부를 떼어내 소극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어벤저스2'의 비용 지원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사실 할리우드 입장에서 그 정도 비용은 자신들이 쓰는 비용이나 전체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 미팅을 해도 별 관심이 없다"며 "일본·중국은 별다른 비용도 없이 촬영 유치를 한다지만 그 나라들은 이미 서양에서 인지도도 높은 편이며 일단 시장 자체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설명했다. 관광공사 관계자 역시 "우리의 경우 아직 서구·유럽에서는 인지도가 낮아 국가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생각하면 지원 비용이 그렇게 많다고 볼 수도 없다"며 "영화·TV를 통한 홍보 효과가 작지 않은 만큼 이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 운용하는 방식도 고려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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