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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단카이세대와 기술공백
입력2007-04-19 16:43:52
수정
2007.04.19 16:43:52
일본에서는 단카이(團塊) 세대 모시기가 한창이다. 단카이는 뭉치, 또는 덩어리라는 뜻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인 지난 47~51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이들은 올해부터 정년을 맞아 대거 현역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앞으로 3년간 정년퇴직할 일본인은 모두 280여만명. 이들의 퇴직금만해도 무려 50조~80조엔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일본 사회는 단카이 세대 퇴직금이 침체된 일본 소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과 여행 업계는 단카이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철강ㆍ조선ㆍ기계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 업계는 단카이 세대의 퇴직에 따른 기술 공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20~30년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제대로 물려주지 못하고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본 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정년을 연장하거나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제도를 속속 내놓고 있다. 아울러 단카이 세대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신일본제철은 퇴직을 앞두고 있는 간부급 직원의 지식과 기술 등 노하우를 빠짐없이 기록하기 위해 ‘지식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개인용휴대단말기에 작업 단계별로 체득한 기술을 꼼꼼히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 모시기 현상을 한국에 비춰볼 때 국내 제조 업계의 실상은 어떨까. 6ㆍ25전쟁 이후 태어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고 있다. 물론 명예퇴직에 밀려 이미 현역에서 물러난 이들도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기술 공백은 우리 산업계에도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또 일본과 마찬가지로 몇몇 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정년 연장과 퇴직자 재입사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기술인력의 고령화와 기술 공백을 우려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으로 퇴직자들을 무작정 붙잡을 수 없는데다 단순 기록 등으로 노하우를 제대로 전수받을 수 없어서 솔직히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한국 기술자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히기 꺼리는 성향이 있다면서 기술 전수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장인의 혼을 하루아침에 전수받을 수는 없다. 주는 자의 열정과 받으려는 자의 의지가 통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일본 사회는 기술 전수의 어려움을 뒤늦게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 현장을 쫓아다니는 기자로서는 일본의 곤경을 국내 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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