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말 휴가 차 머물고 있는 하와이 호놀룰루 숙소에서 이란 제재방안이 포함된 6,620억달러 규모의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경제 주체가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이란산 석유 수입을 위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현재 총 원유 수입량의 9.6%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유 수입 대금은 이란 중앙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수출 대금과 상계처리하는 방식으로 결제된다.
한국 정부는 일단 미국 정부에 제재조치를 당분간 유예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법안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제재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제재법안은 대통령 서명 이후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친 뒤 발효될 예정이어서 우리 측의 준비시간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제재안 서명으로 이란의 목줄을 죄어 오자 이란은 일단 몸을 수그렸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에드 잘릴리 이란 핵협상 대표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독일 6개국에 핵 문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독일 주재 이란 대사인 알리 레자 셰이크 아타르도 잘릴리 대표가 협상 재개를 위해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에게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지난달 27일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31일 수일 내로 호르무즈에서 미사일 시험을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해 왔으나 제재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자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해 이란은 일단 핵 협상 카드를 꺼내 국면 전환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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